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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취급하던 시대는 지났다”...NATO가 한국에 제안한 '미래 무기 공동 소유권'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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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취급하던 시대는 지났다”...NATO가 한국에 제안한 '미래 무기 공동 소유권'의 비밀

단순 수출을 넘어 차세대 기술의 공동 소유주로 진화하는 한국과 유럽의 20년 약속
레이더, 미사일, 수중 드론... 미래 전장의 표준을 함께 쓰는 '기술 동맹'의 시대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 사진=로이터
한국 방위산업의 위상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가 검증된 무기를 저렴하고 빠르게 공급하는 '가성비 공급자'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NATO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미래 전장의 규칙을 함께 만드는 '공동 개발자'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한국은 이제 무기 상인이 아니다. 유럽의 최첨단 기술과 한국의 생산력을 결합해 차세대 방산 생태계를 설계하는 '기술 소유주'로서 NATO의 심장부에 진입하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이 3월 들어 발표한 분석에 의하면, 한국과 NATO의 협력은 이제 '구매자와 판매자'의 관계를 완전히 넘어섰다. 양측은 향후 20년을 내다보는 장기 로드맵을 통해 초음속 미사일, 차세대 에이사(AESA) 레이더, 그리고 인공지능 기반의 수중 드론 체계를 공동으로 연구하고 생산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서구권 방위 산업의 '내부자'로 공식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수출 중심에서 가치 사슬의 최상단으로


한국 방산의 목표는 이제 '수출액 경신'이 아니다. 유럽의 핵심 방산 기업들과 기술을 공유하고, 지적 재산권을 공동 소유하며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는 것이다. 카네기 재단은 한국이 보유한 '신속한 시제품 제작 능력'과 유럽의 '원천 기술'이 만났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가 미국 중심의 독점적 기술 패권에 균열을 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우리는 이제 무기를 파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지배력을 나누는 단계에 진입했다.

차세대 무기 체계의 공동 설계와 표준화

미래 전장의 승패는 '누가 더 먼저 표준을 선점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과 NATO의 공동 개발 로드맵은 AI 지휘 통제 체계와 무인 로봇 병기들의 인터페이스를 통일하는 작업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산 장비가 NATO의 표준이 되고, 유럽의 최신 기술이 한국산 무기에 이식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한국 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구적인 '안전판'을 확보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수중 드론과 우주 자산... 새로운 영역의 개척


전통적인 지상군 위주의 협력을 넘어, 한국과 NATO는 이제 바다 밑과 우주 공간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특히 한국의 조선 기술과 유럽의 센서 기술이 결합한 '자율 수중 드론'은 북해와 태평양의 안보 지형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다. 또한 저궤도 위성 네트워크와 미사일 방어 체계의 통합 운영을 논의하며, 한국은 지구 궤도까지 아우르는 '전 영역 방위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굳히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의 '산업적 깊이'


NATO가 한국에 손을 내미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이 가진 '산업적 깊이' 때문이다. 유럽은 설계 능력은 뛰어나지만 이를 대량 생산할 인프라가 부족하다. 반면 한국은 최첨단 무기를 상시 양산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제조 공장을 가지고 있다. 카네기 재단은 이러한 '상호 보완성'이 한-NATO 동맹을 단순한 안보 약속을 넘어선 '산업적 운명 공동체'로 만들고 있다고 평가한다.

기술 주권과 동맹 사이의 정교한 줄타기


물론 공동 개발의 길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기술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확보한 핵심 기밀이 유출되거나, 공동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유럽 기업들에게 주도권을 뺏길 위험도 상존한다. 따라서 우리는 '기술 소유주'로서의 지분을 명확히 하고,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특화 영역을 확실히 선점해야 한다. 협력은 하되 주도권은 놓지 않는 치밀한 '방산 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ed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