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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산책-채근담]나무는 숲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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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산책-채근담]나무는 숲을 품는다

人心 有一部眞文章 都被殘編斷簡封錮了 - <菜根譚> 前集 57 / 洪自誠

사람의 마음에 한 권의 참된 문장이 있으되 옛 사람의 동강동강 끊어진 몇 마디로 땜질하듯 덮는구나.

<해설>

사람과 나무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군락을 이룬다는 데 있다. 함에도 나무의 군락은 각자 자랄만한 넉넉한 틈새를 두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 요즘은 그러한 여백이라 할 틈을 줄만 하지가 못하다. 그것은 인구의 밀집 같은 형태만이 아닌, 시간적 개념에 편승해 드러내는 표현도 그러하다. 한편 나무의 표현은 들어오는 입력을 조금도 왜곡하지 않는 직입(直入)이며, 그 흐름을 그대로 따르는 내어맡김이면서도 제 도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바람에 몸을 실린 나무의 표현이라 할 것에 무리가 있는가. 설혹 모진 눈바람 속에서라도 군말도 군더더기도 없다.
시절은 어느새 문장을 배타하고 있다. 키보드로부터 필체를 잃어버린 지 오래이더니, 스마트폰을 양손에 쥔 엄지는 낱자인 문자들을 뱉어내느라, 순간적인 선호를 가르느라 바쁘기 그지없으니 말이다. 하긴 스마트폰을 그런 측면에서 ‘S라인을 MART에서 사게 하는 폰’이라고 바꿔 말할 수도 있겠다. 현대 인류의 초미의 관심사는 얼굴의 예쁜 라인, 몸의 요철에 해당할 그 라인에 있으니, 명품 가방이며, 명품 옷이 있다면, 그러한 명품을 걸칠 만한 명품 몸매의 선호는 피할 수 없다 하겠다. 그 구매절차는 또한 얼마나 간편한가. 이미 입력되어 있는 주소며, 카드며, 택배며, 손에 넣기까지 해야 할 노력이란 것에 발품까지도 사라져 버렸으니 말이다. 그래서 모든 것이 이미지화 되어간다. 물건의 촉감도, 옷을 걸쳐보는 것도 무엇이든 대신해주는 마당이니, 생각조차 누가 대신이 아니랄 수 있을까. 그래서 근거라는 것이 더 필요해졌다. 이름 한 저작권의 명분은 그 사람의 오리지널 창작일 때 주어져야 하지만, 딱히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현재 작가적 시점에서 50년 한도 이전의 모든 저작은 ‘무료’이니 말이다.

스마트폰의 ‘문자’라는 낱자가 가져 온 가장 큰 폐해는 무엇이든 생각해봄직의 그 여유로운 상상의 날개를 거둬버린 데 있을 것이다. 느낌을 물으면 모두가 단답형이다. 예스, 노 혹은 좋다, 아니다로. 문장이 거덜 난 세대에는 조금 긴 문장은 참기가 무척 어렵다. 그래서 누가 대신하여 조목조목 말로 설명해주거나, 조각조각 나눠서, 줄그어서 인용할 뿐이다.

저 눈보라 속에 서있는 한 그루 나무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그 하나의 시종(始終)이 여일히 완결될 문장이라면, 그대는 어디 있는가? 생각이란 걸 해서 자기를 더 변화 발전시켜 보려면 키보드처럼 고랑이 선 분절의 낱자의 속도 속에서, 옛 풍류객이 마음속에서 이미 다 갈무리된 문장의 한 줄 시를 읊는 묘미를 알 길이 있겠는가? 그것은 바람처럼 수정이나 가필이 필요가 없는 직입이며 흐름이나, 사람의 ‘문자’적 군락은 서로를 북돋워 진정한 성장을 나누려 함이 아니요, 비슷하게 어찌 해보려는 사이비 여백을 둔 사군자 짝퉁일지도 모를 일이다.

/장은조 번역‧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