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集 35 / 洪自誠
인정은 되풀이되고, 세상살이는 기구하다. 나아감이 마땅치 않을 때는 모름지기 한 걸음 물러설 줄 알아야 하며, 내처 갈 수 있을 때는 그 공을 사양하는데 소홀하지 마라.
<해설>
어차피 인간이라 하는 정리(情理)가 반복이라면, 그 변수는 생각이라는 흐름에 있을 것이다. 어제와 같지 않은, 방금 전과도 또 달리 무엇이라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힘 말이다. 그것이 문화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고려 말 이규보는 다작(多作)을 했다. 그럼에도 그 낱낱의 한시들이 단 하나도 허튼 데가 없는 신선함 그자체다. 어떻게 그런 소재로도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일상이 배어 있으면서도, 그 일상이 전혀 지루하지 않은 호기심과 호쾌한 꿰뚫음의 시선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런 그의 입신은 진퇴의 연속이었다.
소위 무언가 대사회적으로 ‘이룬’ 사람이 사양을 배우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시선도 그에 따라 오히려 협소해지기 마련이다. 어떤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매순간의 선택 여지 또한 그만큼 좁다. 성공은 내려오지 않으려는데 있고, 그러기 위해 그때부터 무수히 타협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단 한 걸음일지라도 물러설 수 있는가.
적어도 당시로도 성공이란 걸 해보았음직한 그 이규보의 나아감과 물러섬에는 한결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늘 곤핍했던 그의 시의 상당 부분이 그들에 대한 감사로 이루어져 있으니 말이다. 평소 보기 힘든 귀한 음식이라서 외려 가장 먼저 덜어, 천리 길도 마다 않고 내어주는 그런 사람들이다.
이름난 맛집엔 줄을 서지만 그 맛이 모든 사람들을 충족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적당한 맛인 인공조미료가 판을 치고 있는 세월이다. 사람들 제가끔 생각만큼이나 다양한, 같은 재료라도 색다른 자연친화적 인생 맛집의 향훈들이 그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