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菜根譚> 前集13 / 洪自誠
지름길 좁은 곳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가는 법은 먼저 갈 수 있게 한 걸음 멈춤이요, 맛진 음식이 넉넉하다면 다른 사람이 함께 기호할 수 있도록 사양하여 나눠 덜 것이라. 이것이 세상을 건너는 가장 화평한 법이다.
<해설>
도시에서는 버스 한 정거장 길도 부러 걷기가 쉽지 않다. 쉽게 지불하는 편승인 것이다. 그래서 빠른 것은 더 빠른 것으로 대체되고 편한 것은 더 이물감이 적어지는 인위로 바뀌어 갈 뿐이다. 손에 든 그것이 휴대폰이라면 한시도 놓지 않을 구조가 필요하고 눈에 든 화면이라면 잠시라도 한눈팔지 못할 주목이 필요하다. 폐로 산과 들을 호흡하지 않고는 배려는 세속의 웅변이기 어렵다. 짓밟지 않고 밀쳐내지 않고 빠를 도리는 없으니 말이다.
한편 입안의 감미도 사람의 내칠 수 없는 선호다. 그럼에도 정말로 맛있는 것은 양껏 먹는 게 아니라 저절로 미식이며 소식일 수밖에 없다. 밥상위에서 자신의 입에서 맛난 것일수록 더 덜어 주게 되는 것 역시 배려이리라. 어떤 음식에 대한 제각기의 맛난 기호가 있다면 다른 기호에게도 한 번 먹어보라 권하지 않겠는가. 그 한켠 맛있는 밥상을 차릴 줄 아는 이는 무엇보다 자신보다는 손수 만든 음식으로 다른 사람들의 맛있는 배불림을 더 선호한다. 바라보며 그저 좋은 그 마음의 포만감은 밥을 맛있게 지으려는 더 많은 노력과도 잇닿게 된다. 더 좋은 식재료를 찾는 것이며 기발 난 레시피인들 무궁하지 않겠는가.
화평은 어렵다. 그것이 제 마음이라 제 몸에 부려놓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화평은 사람 끼리를 더 전제한다. 혼자서는 안 되는 것들일수록 더 많이 내어주도록 허락하는 마음으로. 그것은 산에서, 들에서 말없이 그 길을 디디고 간 이름 없는 발자국들의 인사로 남는다. 산길은 누군가 처음 낸 그 길이 다음의 사람에게도 조금 덜 힘들도록 은연중에 동감된 길이다. 그 길에서 아무도 마주치지 않더라도 같은 길을 밟는 사람들이 많다는 든든한 위안이며 안도이기도 하다.
사람은 혼자서도 혼자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 그것은 양수 속의 유영 기억으로부터 왔을지도 모른다. 씨알인 나를 위해 최초로 배려된 그 공간에서 마음 놓고 자라난 무의식의 뿌리는 그토록 깊다. 출렁이며 같이 걷고 들었으며 느꼈다.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누워서 조차 눌림을 몰랐던, 확보된 자유였다. 거기서 맛본 화평의 첫 걸음마가, 나라는 존재를 향해 내어주고 물러섰던 다른 한걸음으로부터 온 것이라면 그것으로야말로 세상을 건널 법하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