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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산책-채근담]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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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산책-채근담]시대정신

平民肯種德施惠 便是無位的公相 士夫徒食權市寵 竟成有爵的乞人 - <菜根譚> 前集 93

평민이면서도 덕을 심고 은혜 베풀기를 옳이 여기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재상그릇을 익힘이요, 사대부일지언정 하는 것 없이 식탐, 권력 탐으로 총애를 팔면(家) 도리어 작위 있는 걸인이라.

<해설>

일가(一家)를 이룬다는 말이 있다. 좋게 풀이하면 피붙이 뿐 아니라, 한 분야의 탁월함으로 능히 그 문하를 거느릴 만하다는 얘기다. 허나 애초 이 ‘가(家)’라는 글자의 사고는 가축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흔히 개업이나 창업을 할 때 빠뜨리지 않는 의식이라면 그야말로 웃는 돼지(豕)에게 빳빳한 새 돈을 물리는 것이며, 꿈 중에서도 꾸고 싶은 꿈의 하나일 돼지꿈으로 상징되는 모습 말이다. 그런 돼지의 가장 단적인 행태는 끊임없는 식탐에 있고, 진흙 밭을 뒹구는 데 있다.
돼지꿈은 서민들의 가장 소박한 바람이다. 로또복권을 빠뜨리지 않을 대중이라는 일 면모는 그것이 딱히 일확천금은 못 되더라도, 번호를 맞춰보며 두근거리는 기대 심리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복불복이라 적어도 꽝만은 아니었으면 하는. 그래서 보통 사람의 그 ‘보통’은 열심히 일해서 세금 꼬박 내고 주변을 몸으로든 맘으로든 편히 안돈할 정도면 능히 한 가정의 식솔을 거느리는 모습이라 할 것이다. 그러한 가솔의 평온이 한 집 건너 두세 집 널리 퍼질 수 있는 세상의 흐름이 덕이요, 은혜가 아닌가.

무엇이든 코로 비비대는 돼지들의 ‘자연’에는 인간의 잉여물의 재생산이라는 가치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돼지는 적어도 천성대로 식탐하며 불린 저를 내어놓기라도 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돼지에게 있어 그 ‘탐’이란 기실 어폐가 있다. 인간의 회계 논리적 도식(徒食)과는 차원 자체가 다른 것이다. 인간 식으로 평생을 놀고먹어도 되는 일가에는 줄을 서서 기다릴 엄연한 총애의 서열이 있고 가능한 한 줌(GIVE)없이 오직 받음(ONLY TAKE)만을 취하는 걸인의 모습이 들어 있다는 얘기다.

그런 일가의 모습 한편, 식솔 삼천을 거느렸던 맹상군의 문하에서는 다양하고 진취적인 정신들이 모여들었다. ‘그저 먹지 않는다’는 건 먹는 것만 공으로 취할 뿐 그 뿌리를 자양분으로 새로운 것이 발아하는 바탕이 있을 때이다. 정신은 건강한 몸인 정(精)에 담겨 있을 때 따라서 건강해지는 것이라 하여 정신이라 부른다. 한 시대라는 몸체의 정신이 밝으려면 그렇게 쓸 만한 정신에겐 ‘놀고먹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더 먼저여야 한다. 강건한 정신은 아무리 더디더라도 그것을 이룰 때가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시대적으로 한다하는 기업이라는 일가와, 학문적 학위로 만들어진 서열을 벗긴 어렵다. 그런 가문의 문하로 든다는 자체도 이미 커다란 기득권이니 만치. 하지만 누군가의 문하란 그렇게 문하인 상태 하에서만 행세를 하는 것이다. 그 반복과 관습의 테두리에서 돌출한다고 해도 그것이 또 다른 일가 이상의 창출이려면 그 새로움이 틀을 깨는 동시에 저변의 보통에게도 어떤 형태로든 확실한 제각기의 ‘생애(소명)’라 할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장은조 번역‧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