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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산책-채근담]지구는 돌고 사람은 소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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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산책-채근담]지구는 돌고 사람은 소일한다

人生原是一傀儡 只要根蒂在手 一線不亂 卷舒自由 行止在我 一毫不受他人提掇 便超出此場中矣 - <菜根譚> 後集 127 / 洪自誠

인생은 본래 꼭두각시라. 다만 그 밑동을 잘 붙들고 있어야 한다. 한 가닥 줄이라도 헝클지 않아야 그 감고 펼침이 자유롭고, 그 그침도 내게 있을 수 있으니, 추호라도 남에게 끌려 다니지도 노략질 당하지도 않을 것이라. 그러다보면 문득 이 삶의 극장 판을 넘어서리오.

<해설>

사람의 숨은 한 번 들이쉬면 한 번은 내쉴 것이다. 그 호와 흡은 도저히 한꺼번엔 할 수 없는 것이니, 어쩔 수 없이 시차가 있고 그래서 순차를 밟는다. 그 가운데 삶의 체머리를 제가 잡는다 함은 그 순서로움에 휘둘리지 않고, 시작은 제 맘대로 하지 못했으되 마침만은 제 수중에 두겠다는 것이다.
비는 내리고 강물은 흐른다. 땅이 태양을 가운데 두고 한 방향으로 감기는 듯 실꾸리처럼 풀려나가니 사람도 홀연 그 땅위를 타고 내린다. 영원을 말한다면 불변함으로 꼿꼿이 버텨 제가 다만 저였음을 주창하겠으나, 현미경위에 놓고 보지 않고서야 내리고 흐르는 물 분자가 사실은 제각기 별개로써 엉킨 실타랜 걸 분별해낼 도리가 있겠는가. 인간군상도 그러하다. 오렌지에 껍질이 없다면 과육은 산산이 흩어지니, 그런 제 각질 관습 편협 속에서 어슷비슷 꼭 그만한 당도로 한 농장에서 자라나고 팔려나갈 뿐이다. 그런 매일의 삶에 적어도 제 색깔, 저만의 농도로운 독특이란 가히 목숨 건 연어의 물살 거스르기가 아닌가. 허나 연어 또한 그 치열의 마침 내가 자기 복제, 혈청의 단순반복일 수 있다. 그러므로 땅 위의 웬만한 삶은 단지 소일한다. 어제 살았고 내일 살 것인, 다르지만 똑같은 얼굴들이 명멸한다. 지금 이 시간 참으로 대단한 선망일 인사들도 지폐 속 인물들처럼 손끝에 침 묻혀 지폐를 세다, 조금 더 너른 발치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그것을 제 의지 자유인 양 착각하며 문득 사라질 뿐이다.

자유란 스스로를 말미암음이다. 음식을 놓고 본다 해도 몸이 필요한 선호와 의식이 제 몸에 가져다 놓는 기호가 반드시 같진 않다. 아니 모태 솔로처럼 타협할 수 없는 입맛을 가진 것도 아니다. 대개의 기호는 습관이요, 학습이며, 따라쟁이다. 매 끼니의 선택은 기성이건 손수이건 대단히 협소한 테두리 안에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한 사람의 생애에서 음식만이 아닌 제 몸의 시시각각 요불요라도 제대로 한 번 귀 기울여 본 적 없이, 제게 말미암는 자유를 논할 수나 있단 말인가. 꼭두각시란 줄을 조이고 당기는 손이 보이지 않더라도 지구상 내 삶의 매김을 무시로 한정 받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내 팔을 네 어깨에 두르는 ‘자유’조차 너와 나 각자 마음의 강줄기에 제약으로 있지는 않은지. 하지만 자유는 어쩌면 ‘함께’의 다른 말일 수도 있느니, 지류들은 서로를 참으로 얻어 나란하여야만 비로소 저대로 살아 요동하는 바다의 포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허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더구나 여기저기 옹이진 실타래론 그 무엇도 꿰매 이룰 도리가 없다. 실과 물은 첫 그 한 가닥부터 제대로 풀려야만 한다.

/장은조 번역‧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