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효 떨어지고 부작용 유발..."의약품, 특정 식품 영향 여부 따져봐야"
[글로벌이코노믹=강은희 기자] #서울 강남에서 빌딩 경비원으로 일하는 김모 씨(60)는 오래전부터 고혈압을 앓고 있다. 약을 챙겨먹기 위해 물을 찾던 중 몇일 전 동료 경비원으로부터 건네받은 자몽주스가 떠올라 자몽주스와 함께 고혈압약을 복용했다. 얼마 전 주치의로부터 약을 복용할 때 물과 함께 복용하고 아무 음료나 함께 복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소릴 듣긴 했지만, 탄산음료도 아니고 주스라서 괜찮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그러나 이러한 약과 식품에도 궁합이 있기 때문에 자몽주스와 같은 과일주스나 커피 등 일부식품은 체내약물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의약품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섭취에 주의가 요구된다.
대개 여러 약물을 함께 복용할 경우 약물 사이에서 발생하는 약물상호작용은 복약지도를 통해 예방되고 있는 편이지만, 식품과 약물간 발생할 수 있는 상호작용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잘 모르고 있다. 약물상호작용만큼이나 식품과 약물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약물 체내흡수 감소, 약효의 과도한 증가로 인한 부작용, 새로운 부작용 발생 등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약 복용시 주스 함부로 마시면 안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의약품과 약물상호작용을 나타낼 수 있는 과일주스는 자몽주스, 오렌지주스, 석류주스, 크린베리주스 등이다.
자몽에는 나린긴과 나린게닌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는데, 이 성분들은 약물종류에 따라 약효를 낮추거나 증가시켜 부작용을 일으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자몽주스에 의해 약물효과를 과도하게 높여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는 의약품 종류는 ▲고지혈증치료제 중 스타틴계(아토르바스타틴, 로바스타틴, 심바스타틴 등) 약물 ▲부정맥치료제 중 드로네다론, 혈압강하제 중 칼숨채널차단제 계열약물(암로디핀, 펠로디핀, 니페디핀, 니모디핀) 등이 있으며 반면 자몽주스 성분이 약물흡수를 방해해 약효가 떨어질 수 있는 의약품 종류는 항히스타민제제 중 펙소페나딘, 항진균제 중 이트라코나졸 등이 있다.
가장 많이 마실 수 있는 주스종류인 오렌지주스도 주의가 필요하긴 마찬가지. 오렌지주스의 경우 함유량은 낮으나 자몽과 비슷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혈압강하제 펠로디핀 ▲항이스타민제 펙소페나딘 ▲최면진정제 미다졸람 ▲골다공증치료제 알렌드론산 등과 같은 약물의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동시 복용을 삼가야 한다.
과실주스 중 비교적 잘 알려진 석류주스도 항경련제인 카르바마제핀에 영향을 끼치고 정맥혈전증 환자 등 항응고제 와파린을 장기복용하는 여성이 과량의 석류주스를 섭취하면 약효가 현저히 떨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선호되고 있는 크린베리주스는 강한 신맛에 의해 소화성 궤양용제인 란소프라졸의 흡수를 저해하고 항응고제인 와파린의 대사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약물 복용시에는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커피·녹차·우유도 약물에 영향
그 밖에도 커피, 녹차, 우유, 마늘, 성요한풀 등도 약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카페인이 많이 든 커피, 홍차, 녹차 등은 종합감기약과 함께 먹을 경우 약효가 지나치게 증가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우유의 경우도 약물 흡수를 방해하거나 혈중 농도를 지나치게 높여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특히 부갑상선호르몬이나 신장에 문제가 있는 환자는 섭취를 유의해야 한다.
또 성요한풀은 차로 많이 섭취되는 허브의 일종으로 일부 약물 흡수를 방해하는 등 여러 약리효과가 있는데, 특히 항우울증제나 진통제 등 의약품에 영향을 많이 주므로 주의하는 게 좋다.
식약처는 "의약품 복용 시에는 반드시 해당 의약품이 특정 식품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