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밭을 일군 사람들(47)-이 시대의 명작] 윤덕경 안무의 『하얀 선인장』
장애우 무용수들과 공동 작업 살가운 소통
'함께사는 더불어 삶' 이미지 극적으로 표현
'어~엄마 우으섯다' 등 장애인 소재 창작무
소외계층 삶 춤으로 승화 미학의 지평 넓혀
■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 부이사장, 윤덕경 안무의 『하얀 선인장』

‘어둠의 자식들’, ‘꼬방동네 사람들’로 유명한 전 국회의원의 이철용 스토리를 찬찬히 되새김질 하다보면 장문원의 탄생과 그가 주도했던 문화행사, 지원에 지금까지의 작업을 유추해 낼 수 있다. 울분과 절규를 털고 의연히 일어선 장문원의 지금의 모습은 격새지감이다. 조력했던 예술가들과 뒷이야기들은 또 하나의 진한 감동을 소지하고 있다.
장문원은 장애인의 문화예술복지라는 개념을 도입, 1996년 문화관광부에 최초로 등록한 단체다. 등록된 뒤 장애인을 소재로 한 무용공연, 장기연극공연, 미술전시회, 음악후원회, 정책토론회 등을 해왔으며 신체장애를 능력 장애로 아는 비정상적 인식을 문화예술사업으로 전환하는데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녀는 창작춤의 근간이 되는 전통춤의 독자적 춤 세계를 위한 일련의 노력과 함께 인간존중과 자연 사랑을 주제로 춤의 사회적 기능을 위해 노력하며 ‘사랑과 나눔’이라는 공동체 의식으로 소외계층의 삶을 춤으로 승화해 춤 미학의 지평을 넓혀왔다.

2010년 10월 13일 용산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초연된 60분 분량의 『하얀 선인장』은 장애우들과의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예술원회원 김문숙, 심훈(피아노), 고미소(첼로), 이은진(해금)의 라이브 연주로 생동감을 불어 일으키며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2011년 5월 17일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극장, 5월 19일 청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장애우무용수와 윤덕경무용단이 함께 감동의 무대를 만들었던 작품이다. 서원대 윤덕경 교수의 감각적 안무는 장애우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무용단 단원들과 함께 장애우들에게 무용을 전문적으로 지도하고, 그 과정을 통해 재활치료와 함께 장애우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예술적 감성을 이끌어 낸 작품이다. 공연과 함께 장애우, 청소년 무용교육도 함께하며 장애우 문화 복지 정책개발도 이루어졌다.

이 작품은 프롤로그: 길 떠나는 사람들, 1장: 꿈꾸는 선인장(어린 시절의 추억), 2장: 선인장의 향기(만남, 사고), 3장: 선인장의 가시(아픔과 인내), 4장: 선인장의 분노(인형과 허상과 환원), 5장: 하얀 선인장(상생의 춤), 에필로그: 아름다운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선인장이 빼어난 꽃, 강한 가시, 두터운 몸통이 있음을 사람들은 보지 못한다. 시간이 갈수록 아픔의 상처는 가시가 되고, 많아지고, 날카로워져 선인장을 뒤덮어버린다. 그 가시는 자신을 안아주려는 이들에게 상처를 입힌다. 선인장을 다른 식물로 보는데서 가시는 커진다.
선인장은 고립된 채, 두터운 껍질과 가시에만 의존한다면 꽃을 피울 수 없다. 힘들게 볼 수 있는 선인장 꽃, 역경을 딛고 피어난다는 선인장 꽃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희고 강렬한 ‘하얀 선인장’ 꽃을 피우기 위해 오늘도 은밀하게 희망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
유연성을 기르기 위한 몸 풀기, 춤 호흡법, 극적 구성, 장단과 박자 등 리듬감 익히기, 휠체어로의 디딤새, 공간 분할, 대형짜기 등 세심한 디테일로 안무가 윤덕경은 다양한 비주얼을 구사, 조형을 살려내는 무대를 창조했다. 선인장 영상은 사실감을 드러냈다.
그는 차별을 상징하는 사막의 선인장을 장애우에 비유, 선인장은 ‘하얀 가시로 제 살에 상처를 내며 분노와 절망으로 몸을 덮어 방어하여 하얀 선인장 꽃을 피워내듯’, 장애우들이 고난을 극복하고, 존중받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성장해야함을 춤으로 표현한다.

이 작품은 철이의 노래와 철이엄마의 춤 회상 1. 철이의 은혜의 노래 2. 철이 엄마의 연애시절 3. 결혼 잔치와 첫날밤 4. 진통과 탄생 5. 놀이와 소외 6. 무관심이 부른 죽음 7. 상여 8. 혼달래기 굿 9. 어머니의 살풀이 10. 지신밟기(극복의 춤)로 구성되어 있다.
『더불어 숲』은 신영복 원작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거짓과 폭력, 차별과 파괴, 부패와 독점, 갈등과 긴장으로 가득 찬 위선의 세상에서 모두들 갈피를 못잡고 허둥댄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부초처럼 떠다니는 길 잃은 사람들은 정의의 동반자가 되어주지 않는 한 평화가 들꽃처럼 피어날 것을 희망하는 내용이다.
1. 고요한 아침의 나라 2. 해돋이 3. 회오리 바람 4. 물구나무 5. 겁 많은 자의 용기 6. 맞바람 7. 더불어 숲의 7장으로 구성된 작품은 두려움에 떨고 불안에 주눅 든 사람들 끼리 서로 안아주고 일으켜 세워주는 역사를 그린 작품이다. 겁많은 사람들의 용기를 모은 이 작품은 20세기 끝자락에 서서 ‘법과 정의’가 무엇인지를 깨우쳐 준 작품이었다.

‘설레임과 기쁨, 실망과 아픔, 내 안의 나와 다른 그대들 안의 나를 보면서 아파하고, 그대들 안의 나를 향한 믿음과 무관심에 힘겨워함’을 딛고, ‘가족의 구성원, 이웃 삶의 주인으로서 내 안의 나, 그 안에서 사랑으로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우친 작품이다.

홍미영은 2001년 9월 장문원 주최 『열쇠와 자물쇠』(공존)에 안무 및 출연, 자물쇠는 열쇠가 없다면 소용없듯이 공존의 관계가 형성될 때 진정한 가치가 실현되고 아름다움이 살아난다는 장애와 비장애가 공존의 틀 속에 존재한다는 춤 논리를 전개시킨 춤 작가다.
신명을 불러일으키는 춤 작가 김현아는 2012년 용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장애인예술가와 함께한 ‘또 다른 가족, 모두 함께’라는 슬로건으로 ‘Hello mommy’를 안무, 출연함으로써 장애우의 현실을 이해하고, 격려하는 일에 동참하였다.
새 밀레레니엄 10년에 띄운 윤덕경의 화두작 『하얀 선인장』은 신체적 장애보다 더 끔찍한 법의 실종, 도덕성 상실, 비상식의 일상화를 질타하며 관심과 사랑으로 현실을 극복하자는 메시지는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그녀의 가없는 노력은 지속적 명작을 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