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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무거운 짐 내려놓고(307)]제18장, 어둠의 자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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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무거운 짐 내려놓고(307)]제18장, 어둠의 자식들

숫기가 없는 주성수라 마지못해서라도 입을 열 것이라 생각하고 다잡아 물은 말이었다. 그랬더니 주성수가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안광을 빛내고는 먼저 허리부터 굽혀서 절한 뒤에 용기 있게 말했다.

“저, 선생님! 선희 씨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허락해주십시오!”

“............!”

듣던 중 반갑기 이를 데 없는 말이었다.
그래 말없이 주성수를 그윽이 쳐다보는데, 선희가 놀라서 만류하려 하였다.

산길이 아닌 오붓한 방안에서 오빠가 올케와 함께 있을 때 결혼하락을 받기를 원했던 터라 몹시 당황스러워서 그랬다.

그러나 그는 선희의 만류가 어설퍼서 진심이 아니란 걸 알아차리고는 얼른 대답했다.

“허락하고말고! 그 말을 오래 기다렸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주성수가 감격해 다시 한 번 허리를 굽히고는 보란 듯이 선희를 돌아보았다.

“두 사람의 마음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둘 다 순수하게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무엇을 망설이느냐? 가능한 빨리 식을 올렸으면 좋겠다.”

하고 그는 결혼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리고 이담부터는 둘이서 주위 눈치를 보지 않고 서로 사귀게 하고 지금부터라도 결혼식을 서둘렀으면 하고 바라는 속내까지 보였다.

하지만 선희는 기쁘면서도 마음 한 자락은 어두웠다. 주성수의 청혼을 받아들인다는 답을 확실하게 준적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그럴 뜻으로 순응을 했었다.

그러나 막상 오빠로부터 결혼허락을 받고 보니 지금은 기억에도 희미한 예전에 잃었던 순결을 주성수에게 말하지 못한 미안함이 되살아났던 것이다.

그런데 주성수는 마치 그런 사실을 알고나 있는 듯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앞으로 선희 씨의 고통까지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면 똥도 더럽지 않다는 말씀 늘 가슴에 새기고 있었습니다. 저의 마음이 그렇습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선희 씨 그 모든 것을 사랑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그 말은 선희를 감동시켰다.

그리고 늘 짙게 드리워 괴롭혔던 마지막 한 자락 어두운 마음을 활짝 개이게 해주었다.

“고맙네, 잘 부탁한다. 둘 다 나이도 꽤 찼으니 가능하면 해를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제 시간 내서 선희를 데리고 함께 시골에 가서 자네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와야 하겠지? 그리고 간 김에 결혼날도 의논해보고.”

소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말이 나온 김에 차일피일 미룰 것 없이 내일이라도 당장 둘을 혼인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주성수를 재촉하는 뜻을 피력하고는 그만 하산하려 했다.

그러자 들뜬 주성수가 선희더러 다음에 또 등산하기로 하고 그만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선희도 왠지 할 일이 많을 것 같아서 주저 없이 그러자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