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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운명…" 청소년은 친구따라 강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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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운명…" 청소년은 친구따라 강남간다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30회)]

부모로부터 독립 불안감 해소 위해 패거리 만들어


강한 유대감과 결속력 타집단에는 적대적 배타성


조직에서 따돌림과 추방당하는 두려움이 훨씬 커


주체적 삶보단 심리적으로 항상 불안한 성인아이

[글로벌이코노믹=한성열 고려대 교수]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말이 있듯이, 청소년들은 친구와의 관계를 매우 중요시 한다. 중요시 한다기보다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오히려 집착(집착)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

청소년들의 지나친 약물복용과 혼전임신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미국에서 그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연구를 하였다. 먼저 약물복용과 임신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인들을 찾아내고 그 영향력을 조사하였다.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사전에 가정했던 변인들, 예를 들면 약물과 임신에 대한 가치관, 부모의 약물복용 여부와 부모와의 친밀도, 학업 성적 등은 예상 외로 실질적인 약물복용과 혼전임신과 별 관계가 없었다.

▲경남통영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은지난1월7일통영시중앙동문화마당강구안에서제6차청소년해외탐방출정식을갖고기념포즈를취하고있다.
▲경남통영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은지난1월7일통영시중앙동문화마당강구안에서제6차청소년해외탐방출정식을갖고기념포즈를취하고있다.
이 연구에서 밝혀진 예상 외의 결과는 친한 친구의 행동이었다. 여러 다른 변인들보다 ‘친한 친구들이 약물을 사용하는가?’, ‘친한 친구들이 남자들과 성관계를 맺는가?’라는 질문의 대답이 실제적으로 약물사용과 혼전임신에 제일 큰 영향을 주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가치관이나 부모와의 관계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친한 친구들의 실제적인 생활이 어떠하느냐가 제일 큰 변인이었다. 비록 자신은 약물복용이 나쁘다고 느끼고, 부모와의 사이도 좋고 부모도 약물 복용을 하지 않는 청소년들일지라도 친한 친구가 약물을 복용하면 자신도 약물복용을 할 확률이 상당히 높아진다. 여학생들의 혼전임신도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친구는 부모의 대체물


왜 청소년들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부모의 교육보다 친구들의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받을까? 청소년들이 성인(成人)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배워야 한다. 즉, 독립적인 한 인격체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한 결과를 책임지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지금까지 ‘내리사랑’을 주면서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안전하게 보호해 주던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안락함과 안전함을 포기하는 것이다.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하려는 청소년들이 제일 강하게 느끼는 감정은 ‘불안감(不安感)’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다 알아서 할 수 있어’라고 마치 성인이 다 된 것처럼 저항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과연 부모 없이 내가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어린이의 불안감이 청소년들을 두렵게 만든다. 그러나 다시 부모에게 돌아가 의존적인 어린이의 삶을 계속 할 수는 없다.

부모와 독립하려는 청소년들은 부모님이 차지하던 그 큰 공간을 메워줄 또 다른 대상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야만 ‘혼자’라는 불안감과 고독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다시 부모 이외에 의존했던 교사나 어른들에게 돌아갈 수는 없다. 그것은 의존적인 관계로 되돌아가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내리사랑’을 받는 어린이를 벗어나야 한다.

어른들은 다른 사람과 동등한 수평적 관계를 맺는다. 즉, 어른들의 관계는 일방적으로 퍼주는 사랑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사랑을 한다. 자신이 주는 양과 받는 양이 공평하다고 느끼면 관계가 지속되고, 그렇지 않으면 관계는 끊어진다.

청소년은 ‘패거리’


청소년들에게 수평적 관계에서 ‘주고받는’ 사랑을 익히기 위해서는 일단 동년배(同年輩)이어야 한다. 그리고 부모만큼이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도 비난받지 않아야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대상이 바로 동성(同性)의 친구다. 동성친구는 부모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귀중한 존재다. 동성친구와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청소년은 비로소 대등한 관계에서 공평한 거래를 할 수 있는 어른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지난11일경북고령군대가야국악당에서열린'대가야청소년오케스트라2014신년음악회'에참석한곽용환고령군수가군민들에게인사말을하고있다.
▲지난11일경북고령군대가야국악당에서열린'대가야청소년오케스트라2014신년음악회'에참석한곽용환고령군수가군민들에게인사말을하고있다.
청소년들의 친구 관계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이들은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패’를 형성한다. ‘패’를 형성하게 되는 준거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같은 동네에 산다든지, 하다못해 같이 공부를 못 한다든지 서로 비슷한 점을 찾아 ‘패’를 형성한다.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패’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이유는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일단 ‘패’를 형성하면 강한 유대감(紐帶感)과 결속력(結束力)으로 똘똘 뭉친다. 이 결속력을 통해 ‘혼자’된 불안감에서 벗어난다. 불안감이 크면 클수록 이 유대감과 결속력은 더 강해진다. 실제로 폭력조직을 결성한 청소년들은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을 소중한 가치로 생각하고, 친구를 위해 희생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기까지 한다. 동시에 조직을 배반하는 사람에게는 무자비한 응징을 가함으로써 결속력을 강화하기도 한다.

둘째, 이들은 강한 배타성(排他性)을 가진다. 내집단원(內集團員)들끼리 결속력이 강하다는 것은 동시에 문에 다른 집단에 대해서는 배타성을 넘어서 적대감까지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소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에 하나가 ‘패싸움’인 것도 바로 이런 까닭이다. 청소년들은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것은 마치 자신을 부정(否定)하는 것과 같다고 느낀다. 자신만의 확실한 정체감을 갖기 전에는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지금 형성해가는 정체성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강한 부정적 감정을 가짐으로써 자신의 ‘패’를 보호하려고 한다. 청소년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도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셋째, 청소년들은 ‘생각’보다 ‘행동’이 앞선다. 청소년들은 감정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제어(制御)할 힘이 약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행동에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생활을 한다. 부모나 교사가 대신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을 제어할 힘을 키울 필요가 없었다. 또한 어린이의 세계는 감정적이고 결과가 즉각적(卽刻的)으로 나타나야만 하는 세계이다. 따라서 미래조망(未來眺望)이 결여되어 있는 세계다. 어린이들은 현재 자신의 행동이 미래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 지를 잘 모른다. 어른들은 자신의 감정을 행동으로 옮겼을 때 오는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능력이 있으므로 행동을 자제할 수 있다. 청소년은 어린이와 어른의 중간에 있다. 아직 현재의 자신의 행동이 초래할 미래의 결과를 고려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발달되어 있지 못 하다. 조직폭력배들의 세계에서 일선에서 싸움을 하는 행동대원으로 청소년들을 이용하는 것이 바로 이런 점을 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12월27일부터31일까지‘한·중청소년문화교류’의일환으로중국을간경북포항시용무도연맹시범단이중국현지에서용무도시범을보이고있다.
▲지난해12월27일부터31일까지‘한·중청소년문화교류’의일환으로중국을간경북포항시용무도연맹시범단이중국현지에서용무도시범을보이고있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의해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주체적 삶을 살아가는 기쁨보다는 ‘패’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추방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그렇기 때문에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이 속한 ‘패거리’들이 약물을 복용하면 추방당하지 않으려고 동조(同調)하게 된다.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친구를 만들지만, 또다시 친구들과 지나친 의존관계를 맺는 것이야말로 아직도 청소년들은 성인이 아니라는 큰 증거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어린이는 어른이 되어간다.

어른은 나이만 먹으면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심리적으로 온전한 어른이 되는 길은 험난한 길이다. 이 과정이 힘들다고 포기하거나 회피하면 계속 누구인가에게 의존하는 어린이로 머물러있게 된다. 생물학적으로 나이는 들었지만 심리적으로는 어린이의 삶을 사는 ‘성인아이’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한성열고려대교수
▲한성열고려대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