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141)] 자두나무 정류장
[글로벌이코노믹=박여범 전북 용북중학교 교사] 5월의 막바지 남원, 신록의 푸르름이 한창이다, 태양은 뜨겁다. 귀에 염증이 찾아왔다. 병 외출을 신청했다.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하필 점심시간의 정중앙이다. 병원을 나왔다. 거리는 낯설지가 않다. 발길은 주변을 서성인다. 시장을 찾았다. 대학시절 힘들고 지칠 때면 시장을 찾아가곤 했다. 발걸음이 가볍다. 왜 그런지 모르게 익숙하다. 그 시절의 순대국밥과 추억이 입맛을 당긴다.시장엔 정류장 하나가 있다. 칠순은 넘어 보이시는 어르신들의 정겨운 대화가 발길을 이끈다. 고향의 정류장이 스쳐간다. 고향이 그립고 그리운 마음에, 어르신 옆으로 다가가 인사를 올린다. 반갑게 손을 잡아주신다. 덤으로 노란 참외도 건네주신다. 한사코 손에 쥐어주신다. 손마디가 거칠어도 지저분해도 따뜻하다. 그렇게 정류장은 그곳에 있다.
//외딴 강마을/자두나무 정류장에/비가 와서 내린다/눈이 와서 내린다/달이 와서 내린다/별이 와서 내린다/나는 자주자주/자두나무 정류장에 간다/……(중략)……/덜커덩덜커덩 왔는데/두근두근 바짝 왔는데/암도 없으면 서운하니까/……(중략)……/온다는 기별도 없이/비가 와서 후다닥 때린다/……(중략)……/북적북적한 자두나무 정류장에는/왕왕, 장에 갔던 할매도 허청허청 섞여 내린다//(박성우, <자두나무 정류장>, (주)창비, 2011. 22~23쪽.)
외딴 강마을의 자두나무 정류장엔 비도, 눈도, 달도, 별들이 자주자주 다녀간다. 남원의 이비인후과 건물 옆 시장 정류장에도 비를, 눈을, 달을, 별들을 닮은 어르신들의 소소한 대화, 노란 참외, 정겨운 인사와 따뜻함이 머물다 간다.
야속한 시간이 흘렀다. 이비인후과를 찾을 시간이다. 발길을 돌릴 수 없다. ‘행복한 배움의 공동체’, ‘행복한 아이들’, ‘행복한 수업’, ‘행복한 교사’는 꿈이 아니다. 시장 정류장, 자두나무 정류장을 가득 매운 우리 할매들과 만나보자. 아무 욕심도 조건도 없이 나눔을 실천하는 할매들. 그들을 통해 행복한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
행복한 자두나무 정류장을 위해 오늘부터 그 씨앗을 심자. 할매의 사랑을 담은 자두나무 정류장을 위해 첫 삽을 뜨자. 고통 받고 상처받는 아이들이 치유되고, 미래를 위해 달려갈 수 있도록…….
- 『자두나무 정류장』, 박성우, 창비, 2011.
2014년 5월 28일(수)
이젠, 읽을 때!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회원 박여범
문학평론가, 전북 용북중학교 교사, yeobeo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