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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 바라본 하늘은 파아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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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 바라본 하늘은 파아랬다

[염장 김정화의 전통염색이야기(33)] 하늘이 파란 이유는
자연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색이 파랑이다. 어디든 누구든 파란하늘, 파란바다는 똑같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옛날부터 모든 민족이 가장 흔하게 물들일 수 있었던 색도 파란색이다. 우리가 눈으로 인지하는 색 중에 가장 익숙한 색이 파란색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릴 때 필자는 하늘과 해를 보면서 생각한 것이 있다.

과수원 외딴집에 한 아이가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약골인 아이는 별명이 풍신날라리 였었다.

달음박질도 공놀이도 할 수 없어 어디든 앉혀놓으면 꿈쩍하지 않았다.
아이가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놀이는 가만히 바라보기였다.

개미, 풀, 꽃, 뱀, 가만히 바라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학교는 집이 보이는 거리였다.

타박타박 그 길이 줄지는 않고 자꾸자꾸 길어졌다.

봄눈 녹은 삐삐풀밭에 가만히 기대어 누우면 하늘이 파아랬다.

매미소리 스르람 스르람하는 날도 삐삐풀밭에 누우면 하늘이 파아랬다.

폴짝 폴짝 메뚜기 따라가다 삐삐풀밭에 들어 누우면 하늘이 파아랬다.

눈이 온 다음날 싸한 바람을 피해 삐삐풀밭에 누우면 아 하늘이 너무나 파아랬다.

파아란 하늘을 본다. 왜 하늘은 파랄까? 하얘도 되고 노오래도 되는데 왜 파랄까.

사리살짝 해를 본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감은 눈에 파란 불꽃이 인다.

눈물이 난다. 다시 해를 본다

감은 눈 속에 새파란 공이 춤을 춘다.

다시 해를 바라본다. 주루룩 눈물이 난다.

아 하늘에 뜬 태양이 파랗다.

오른쪽 눈으로 바라 본 해는 파아란 공이다.

왼쪽 눈으로 바라 본 해는 파아란 구멍이다.

오른쪽 눈으로 바라 본 해는

파란 하늘 위에 동동 떠있는 파아란 공이다.

왼쪽 눈으로 바라 본 해는

파란 하늘로 하늘로 들어가는 파아란 길이다.

고려불화에 유독 많은 녹청색, 강진 무위사 후불벽화의 녹청색 광배, 티벳에서 들여온 만다라의 녹청색들을 보다보면 유년시절 해가 파란색이라 우기던 내말이 맞다는 증거물을 찾은 듯 신이 났었다. 옛날 옛적 어느 불모, 화가가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나를 한없이 행복하게 했었다. 그 화가는 눈부신 그의 모습을 바라보다 눈이 부셔 눈을 감았을 것이다. 내가 해를 보고 난 뒤와 똑같이 느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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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은 보색대비니 뭐니 말한다. 사람은 과학과 이성만으로 살아지지 않는다. 과학과 이성이 모든 답을 주지도 않는다. 아이가 하는 엉뚱한 생각, 유치한 이야기가 맞을 수도 있다.

/김정화 전통염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