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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칼럼] 300년 전 연암 박지원과 가을여행 떠나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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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칼럼] 300년 전 연암 박지원과 가을여행 떠나봅시다

[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278)] 열하일기
‘노랗게 물들었네
빨갛게 빨갛게 물들었네
파랗게 파랗게 높은 하늘
가을 길은 고운 길’
- 동요 가을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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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길을 걷다보면 저는 이 노래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입속에서 절로 노래가 나옵니다. 가을단풍 길을 걸어본 사람은 알 것입니다. 누구나 어린애가 된다는 것을.
세상이 온통 노랗고, 빨갛습니다. 높다랗고 파란 가을 하늘에 울긋불긋한 단풍, 거기에다 은행잎의 노란 색은 노랑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샛노란 은행잎은 제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진한 여운을 남겨줍니다. 이런 멋진 가을에 여행을 떠나고 싶은 것은 저 뿐만은 아니겠죠?

낭만적인 가을 여행과는 조금 다르지만 여행하면 떠오르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박지원의 열하일기입니다. 1780년(정조 5년), 그의 나이 44세 때에 친척 형을 따라 청나라 고종 건륭제의 칠순 잔치의 연행단으로 청나라를 여행하며 보고 들은 것을 남긴 기행문입니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나오지만 정작 저는 한 번도 읽은 적이 없었습니다. 이 멋진 가을에 여행관련 책을 읽고 싶었는데 마침 인연이 되었습니다. 당시의 사회 제도와 양반 사회의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었기에 당시의 양반사회에서 배척을 당해 필사본으로만 전해져오다가 1901년 김택영에 의해 처음 간행되었습니다. 지금은 어린이와 청소년용으로도 출판되고 있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책의 구성은 크게 2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체 26권인데 1~7권은 여행 경로를 기록했고 8~26권은 보고 들은 것들을 한 가지씩 자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굴뚝과 구들 등 여염집의 구조와 배, 우물, 가마 등 배울 만한 것이 있으면 자세히 서술하면서 모든 물건을 이롭게 쓰도록 하여 백성의 생활이 윤택해져야만 덕을 바르게 할 수 있다는 이용후생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자동차, 기차, 비행기 등으로 쉽게 여행을 다녀옵니다. 300여 년 전 박지원은 어떻게 여행을 했을까요? 교통수단이라고 해봤자 말이나 가마가 전부인 그 시대에 한양을 떠나 그 먼 연경까지 그리고 다시 열하까지 숱한 고생을 하면서 그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요? 그의 눈에 들어온 청나라의 문화 그리고 조선의 실생활을 생각하면서 그의 가슴에는 어떤 것이 일어났을까요? 300여 년 전, 박지원과 함께 가을 여행을 떠나봅시다.

/김재수 경남 의령초등학교 수석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