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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예술가,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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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이야기하는 예술가, 일러스트레이터

[직업의 발견Top50(32)] 일러스트레이터
카카오 톡에 이모티콘이 없다면? 교과서나 동화책이 문자로만 이루어졌다면? 이미지 없는 카피로만 전달되는 광고라면? 게임 속에 인물이 없다면? 이 ‘없다면?’이 현실이 되는 순간 이용자들의 반란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무미건조한 카톡을 주고받을 것이고 책을 보는 것이 지루할 것이며 게임 참여자도 심심할 뿐만 아니라 광고조차 싱거워서 보기 민망할 것이다. 이 매체들의 보는 재미와 전달 효과를 살리는 힘, 그것은 바로 그림에 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스마트폰 신문 잡지 책 등에 내용을 보충하거나 이해를 돕기 위하여 그림을 그리는 일을 삽화, 혹은 일러스트레이션(illustration)이라 하고 이 일을 하는 전문가를 삽화가, 혹은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er)라고 한다. 긴 글, 빽빽한 텍스트를 싫어하는 현대인의 가독성향에 따라 요즘 일러스트레이터가 인기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는 보통 시각디자인과 관련되는 직업인데 디자인 산업은 지식 기반 산업의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국제 경쟁력 향상에도 필수적인 산업이고 디자인 업체 수와 종사자 수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이 분야의 일자리 전망은 현재보다 다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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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가 되려면 전문대학이나 대학교의 시각디자인, 산업디자인, 컴퓨터그래픽스 등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진출하는 방법이 있다. 미술대학에 진학하려면 보통 고등학교 때부터 예체능 계열을 선택해서 실기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어떤 대학은 실기 시험 없이 선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전형을 분석하고 해당 대학 홈페이지를 방문, 자격 요건을 확인하여 진학을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 전공 외에 일러스트레이션 전문학원에서 관련 교육과 훈련을 받고 진출하는 방법도 있고 독학으로 일러스트레이션을 익혀서 데뷔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 한국출판미술협회나 출판사, 광고 에이전트에서 개최하는 공모전에 출품하여 얻은 결과로 데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떤 과정을 거치든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안목과 자질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며 기본적으로는 탄탄한 드로잉 실력과 포트폴리오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일러스트레이터의 일자리로는 출판사, 언론사, 광고 회사 등이 있다. 입사는 공채나 특채, 개인적인 소개로 가능하다. 디자인 업체 채용 시 전공이나 학력보다는 포트폴리오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또한 프리랜서로 작업하더라도 포트폴리오 제출이 필수이기 때문에 평소 포트폴리오를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카페나 블로그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기성, 신인 등 개성 있고 다양한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둠으로써 작품을 비교하며 평가해 볼 수 있어 이 분야를 활용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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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의 세계가 궁금한 청소년들에게 2권의 책을 소개한다. 먼저, <아이구 쓸데없이>가 있다. 이 도서는 2013년 11월 21일부터 12월 2일까지 갤러리 팔레 드 서울에서 열린 일러스트레이터 9인의 ‘아이구 – 쓸데없이’ 展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름부터 재미있는 ‘아이구(EYE9)’는 ‘아홉 쌍의 눈’을 뜻하는 말이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일러스트레이터 아홉 명이 모인 모임이라고 한다. 이성표, 이인수, 이우일, 오정택, 노준구, 정원교, 윤예지, 백두리, 진솔 등 이 시대에 각광 받는 아홉 명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개성 있고 참신한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셈이다.

학생들 중에는 어떤 상황이나 인물을 똑같이 묘사하는 능력을 믿고 일러스트레이터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일러스트레이터는 어떤 상황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주어진 주제나 상황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세심히 관찰하는 것을 좋아해야 하고 그것을 단순 묘사가 아니라 상황에 맞게 재창조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상황을 어떻게 구성할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작업을 진행할 수 없을 것이다. 막막한 경우에 답을 찾고 싶다면,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길>을 참고할 만하다. 이 책은 ‘당신을 프리랜서로 만들어 줄 단 한 권의 지침서’라는 부제에서 보듯이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한 정보들을 면밀하게 제시하고 있다. 특히 미술대학 학과 소개부터 대학에서 배우는 커리큘럼을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어 유용한 지침서라 할 수 있다. 생활 속에서 오감을 풍부하게 하는 것, 정보수집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에 대한 관심과 데생훈련, 다독과 다작까지 그야말로 다재다능한 재간꾼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글로벌기업들이법인세를절약하기위해해외로떠나는모습을그린글로벌이코노믹의일러스트레이트.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기업들이법인세를절약하기위해해외로떠나는모습을그린글로벌이코노믹의일러스트레이트.
일러스트는 작업 방식과 필요에 따라 몇 가지 분야로 나누어진다. 출판 일러스트는 그림동화, 책표지, 삽화, 카툰 등 출판물을 매체로 하는 일러스트레이션으로서 일러스트 분야의 최대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일러스트는 회화의 장점과 디지털의 효율성을 무한한 표현력의 장점을 살려 내는 분야로서 출판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마디로 일러스트의 디지털 작업화인 셈이다. 스타일 광고 일러스트는 웹 광고 일러스트, 제품홍보 일러스트, 캐릭터, 사보 삽화 등 전문적으로 작업하는 분야이다. 광고일러스트는 시각정보 전달매체의 수단으로서 광고대행사에서 요구하는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글이나 생각을 더욱 쉽고 재미있게 표현하며 정확한 메시지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분야이다.

성공적인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첫째, 드로잉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림 그리기 실력이 뛰어나야 어떤 분야든 응용이 가능하고 그 분야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창의력뿐만 아니라 정교한 동작이 요구된다. 그려야 할 내용을 분석하고 필요한 요소를 상상해서 덧붙이거나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일은 건성건성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작업이 어려울 정도로 이 분야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하며 사고의 민첩성 또한 중요하다. 한마디로 행동의 빠름보다 생각의 속도가 빨라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예술형과 탐구형의 흥미를 가진 사람에게 더 적합한 직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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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의사소통 능력도 필요하다. 일러스트 작업은 크게 개인적 작업과 의뢰인에게 의뢰받는 작업으로 진행된다. 개인 작업은 자신의 의도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으나 의뢰받은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의뢰인의 요구에 맞추어야 한다. 이 경우 자신의 개성적 표현을 살리려면 사전에 의뢰인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항상 새로운 대상을 그림으로 표현해야 하므로 다재다능한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평소에 다양한 장르의 인문예술 소양을 기르되 억지가 아니라 즐기는 생활이 되어야 한다. 연극, 영화는 직접적인 영감을 줄 수 있고 독서나 여행은 사고와 견문을 넓혀 준다는 점에서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예술가이자 대상에 생명을 불어 넣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일이 그림을 그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언어와 사물을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아티스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일러스트레이터에 도전해 보기 바란다.

/하미정 창원과학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