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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 용풍우락] 14. 쌍룡검을 찾아서-(3) 칼의 눈을 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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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 용풍우락] 14. 쌍룡검을 찾아서-(3) 칼의 눈을 뜨는 법

[글로벌이코노믹 연재소설] 검법 용풍우락(95회)-칼날에 용이 뜨다
[글로벌이코노믹 박신무 소설가] ‘그 다음 고수의 호흡은 난초의 끈기이다. 난초는 깊은 산중에서 은은한 향기를 멀리까지 퍼뜨린다. 난초는 독초의 공기를 빨아들여 사랑의 향기로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역경의 칼날을 밀어 내지 말고, 온 몸과 마음으로 힘껏 빨아 들여라. 그것은 너를 변화시키는 힘으로 바뀐다. 신실한 마음가짐은 참다운 호흡이고, 인내에서 초력이 나온다. 난초검은 칼빛을 내는 집중력이다. 칼빛의 근원은 자신을 확신하는 헌신이 이루어낸 정성이다!’

아리는 칼끝에 진기를 모아 하늘하늘 사방에 흔들었다. 사방의 기운은 칼끝을 통해 아리의 단전(丹田)으로 흘러들어 왔다. 기운을 몸 안에서 한 바퀴 돌린 후에 천지를 휘감으니, 천지인이 하나 되는 전율이 일어난다. 새로운 기가 생성된 것이다. 음양을 만나 탄생한 기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내가 난다. 젖내 같은 천향(天香)이다. 비로소 아리는 향기 나는 사람이 된다. 난초검은 향기의 법이다.

꽃이 피어나려거든
찬바람 속에서 몸이 진동하기 시작한다.
땅에 퍼지는 춤은
진정 나를 사랑한 자의 울림이라
외풍과 맞닿고 견디고 싸우고
결국 옳게 서는 봉오리에서 꽃이 피리라
깨달은 자의 몸에는 향기가 절로 나오니
그러하니 무엇을 두려워 하리오
향기가 나는 빛을 갖게 됐으니


‘늦은 가을에 첫 추위를 이겨내며 피는 것이 국화이다. 견디고 견뎌야 꽃이 핀다. 쉽게 판단하여 일어나지 말고 확실하게 상대의 호흡이 느껴질 때까지 기다리는 자세를 말한다. 위기에 절대 죽지 않는다는 각오로 칼끝이 코앞에 닥치더라도 놀라지 마라. 염력은 최후에 일어난다. 어둠이 다 가셔야 해가 솟지 않더냐! 국화의 울림은 기력을 배가 시키는 비법이다. 봉오리가 서야 염력의 꽃이 핀다. 옳게 서는 꽃봉오리가 국화검(菊花劍)의 진수다.’

아리는 두 손에 기를 모아 칼을 잡는다. 염력이 집중된 칼날에서 빛이 팔자로 자유로이 휘며, 나갔다가 흔연히 돌아온다. 빛이 스스로 일을 한 것이다. 고요히 자신의 본심을 챙기니, 칼빛이 보였다. 칼이 진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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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소쩍새 울음소리가 울리고
꽃이 어디에 있는지 도란도란 얘기 소리가 들린다
봉오리 펴는 소리가 들린 것이다
새가 어디서 오는지
이제 알겠다
새는 꽃봉오리가 보내는 노래였다

적의 호흡이 어디에 있는 지 들렸다. 귀가 열린 것이다. 달이 휘청하며 순간 빛을 발한다. 어디선가 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국화검은 소리의 검법이었다.

‘이제 올바로 서게 되는 호흡을 갖게 되리라. 대나무는 모든 잎이 떨어진 추운 겨울에도 푸른 기를 계속 유지한다. 덕과 안목, 검격(劍格)을 대나무의 꼭대기처럼 높이 키워라. 멀리 보는 눈이 진화를 향한 도전을 키운다. 큰 눈이 위기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될 게다. 적의 칼날의 작은 진동이라도 놓치지 말고 다 보거라. 그리고 동화하여 세세히 진동하라. 하늘의 눈, 달은 모든 것을 다 바라본다. 달은 어둠 속에서 놀라지 않고 빛을 낸다. 담대함은 달처럼 큰 눈에서 나온다. 대나무는 달이 옳게 서는 본심을 사모하여 일어난 사람의 중심을 닮았다.’

대나무들은 꼭대기의 흔들림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옳게 서는 끝에서 진동이 일어난다. 아리는 단전 호흡을 하고, 보검을 높이 세워 들고는, 지기와 천기의 만남에서 생긴 바람으로 주변의 상황을 느낀다. 보검이 한들한들 나무처럼 흔들거리며 웅웅, 소리를 낸다. 죽검은 진동으로 몸을 뜨게 하는 심법(心法)이었다.

'매난국죽 호흡법'의 기세는 사방의 기를 맞는 소통의 초력이다. 사방의 힘이 열리면 자유를 얻는다. 위기는 생각지 않은 때에 가장 강력한 힘으로 쳐들어온다. 공세는 두려워 말고, 그대로 받아 들여라. 내 호흡이 살면 적의 본심에 진동하게 되고, 비로소 피할 길이 보인다. 에너지는 받아서 단전에 충전하고, 살기는 살짝 흘려라. 네가 받지 않은 것은 적에게 돌아가 치명적인 압박이 될 것이다. 유인력의 원리다.

중심력을 지키면 원하는 것만 받고, 원하지 않는 것은 저절로 빗나가게 되어 있다. 그것이 대자연의 원리다. 너의 살아 있음이 그 원리의 증명이다. 대기권이 만들어진 이후의 지구가 혹성을 피할 유인력이 없었다면, 이미 너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기적을 이룬 것은 대기권을 만든 중심에 뜨거운 단전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너는 단 한번도 적의 칼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능력을 지구의 자식인 인간은 갖고 태어난다. 그러하니 두려워 말라. 적의 칼날을 허용하는 것은 오직 너 자신이 허락할 때만 가능하다. 그러니 살기를 품은 자의 칼날을 피하면 그에게 돌아갈 것이다. 마치 찾을 곳을 만나지 못한 혹성이 끝내는 스스로 폭발하는 원리와 같다. 위기를 탈출하는 법은 그러하다.

/글로벌이코노믹 글 박신무 그림 허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