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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430)] 생각수업의 본질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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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430)] 생각수업의 본질에 대하여

하버드의 생각수업. 이 책을 읽으며 재미있었던 것은 처음 제목만 보고 짐작했던 것과 내용이 다르다는 점과 이 책의 저자가 일본 사람이라는 점이다. 제목만 보면 하버드의 수업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다룬 것처럼 짐작되지만 실제 내용은 생각의 힘을 기르는 것이 왜 중요하며 어떠한 방식으로 생각을 확장시켜 나가야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내용들을 주로 담고 있다.

또한 '왜 일본에서는 진짜 엘리트가 성장하지 못하는가?'를 쓴 후쿠하라 마사히로가 이 책의 저자인 것을 보면 생각수업에 대한 고민이 우리와 교육적 환경이 유사한 동양 문화권 국가들의 공통적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버드, 옥스퍼드, INSEAD 등 세계 명문 대학의 입학시험은 '당신은 어떤 생각의 소유자인지, 당신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인지'를 묻고 그 질문에 답하는 학생 스스로가 나 자신에 대해 깨닫도록 의도한다.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일과 인생을 장악할 수 있으며 최고의 인재는 생각할 수 있는 힘으로 가려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는 풍부한 지식을 쌓는 동시에 사상이나 철학 문제에 관한 고민과 고찰을 통해 깊은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 즉 교양 수업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교양수업이 홀대 받는 우리나라의 대학과 무척이나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 책의 각 장에서 제시된 여러 가지 문제들은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생각하도록 만든다. 어찌 보면 뻔할 수도 있을 질문들에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자유와 평등은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어느 쪽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가?'
'정부는 시장 경제에 개입해야 하는가, 개입하지 말아야 하는가?'
'과학기술의 진보와 자연보호는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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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도덕이나 사회시간에도 충분히 던져볼만한 이러한 질문들이 너무 뻔하고 진부하게 생각된다면 그것은 그 질문에 대한 우리의 대답이 너무 뻔하고 진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자유라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다음과 같이 생각의 고리들을 연결해 나간다. 먼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통해 사회와 개인이라는 관계성 속에서 타당한 자유에 대해 생각해본다. 또한 칸트가 정의하였듯이 인간이 본래 지닌 도덕관(이성)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자유라면 욕망에 의한 것은 순수이성에서 비롯된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의사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다. 이러한 자유의사에 대하여 월터 리프먼이라는 정치 평론가는 '여론'이라는 저서에서 내가 스스로 자유롭게 의사를 결정했다고 믿는 판단도 대부분 외부 정보의 편향성으로 인해 인식의 오류가 많음을 지적하고 있다. 자유라는 것을 지극히 단순히 생각하면 나 자신의 의사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금 깊게 파고들면 그 의사 자체가 진정으로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한 것이냐는 의문을 던질 수 있다. 진정한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자유의사를 다시 한 번 의심하고 검증하는 것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이 책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상가와 철학자들의 생각을 소개하고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반복한다.

이러한 질문을 얼마나 깊이 있게 풀어나가느냐는 바로 개개인의 교양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교양'이라는 말을 하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써먹지도 못하는 지식'이라고 거부반응을 나타낸다. 그러나 원래 교양은 난해한 지식의 집합체도, 가까이 할 수 없는 딱딱한 지식도 아니다. 모든 지식을 잊어버린 뒤에도 신조나 가치관, 나라는 인물을 형성하는 축 만큼은 우리 내부에 반드시 남아있는데, 그것이 바로 교양이다.

우리는 답이 나오지 않는 많은 문제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이러한 문제와 진지하게 마주함으로써 우리는 양자택일의 시각에서 벗어나 제3의 관점을 발견하고 이노베이션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가 가르치는 많은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물어야한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말이다. 그리고 다양한 지식과 함께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을 확고히 함으로써 진정한 교양을 쌓아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끊임없는 질문과 진정한 교양을 바탕으로 한 생각수업이 우리 반 교실에서부터 작은 싹을 틔울 수 있길 바래본다.
안명숙 인천효성남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