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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439)] 둘러가는 지름길과 질러가는 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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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439)] 둘러가는 지름길과 질러가는 우회로

질문과 토론을 중심으로 하는 유대인들의 하브루타 교육에 대해 몇 년 전부터 관심이 뜨겁다. 실제로 많은 교사들이 학교 교육활동에서 하브루타를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수업에서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접목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브루타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정교육을 가장 중시하는 유대인들의 교육철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브루타의 가장 큰 힘은 행복과 성공을 동시에 얻게 한다는 점이다. 철저하게 성공 지향적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좋은 직업, 돈, 권력, 지위, 명예를 쫓아가지만 행복지수는 오히려 점점 내려가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행복의 시작과 끝은 가정에 있다. 부모와 아이 사이에 항상 대화가 끊이지 않는 유대인 가정은 성공과 행복을 동시에 싹트게 하는 마법의 공간이다. 유대인들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냐고 물으면 대부분 가족과 친척들이 다 같이 모여 안식일 식탁에서 마음을 터놓고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라고 대답한다.

“유대인을 특별하게 만드는 비결은 없다. 다만 세대를 거쳐 계승되는 저녁 식탁의 문화가 있을 뿐이다.”

‘더룰’의 저자 앤드류 J. 서터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유대인 교육의 비밀에 대해 이렇게 말하였다. ‘혀끝에서 세계가 펼쳐진다’는 유대인들의 식탁 문화는 끝없는 대화를 기반으로 하는 하브루타와 직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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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가정의 대화와 토론은 현실과 책 속 이야기를 연결함으로써 아이와의 대화를 보다 실제적이고 입체적인 독서 체험으로 확장시킨다. 자녀를 공부방에 앉히고 책을 읽게 하는 것만으로 부모의 역할을 다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공부란 텍스트를 통해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 지식들을 세상과 연결시켜 사고를 확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상과 연결된 지식 쌓기를 습관화하는 출발점은 바로 가정에서 부모와 나누는 진심어린 대화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일어나는 가족들 간의 교감이야말로 유대인들의 삶의 핵심이다.

부모의 역할에 대한 강연이나 책을 통해 새로운 다짐과 반성을 하곤 하지만 그 때뿐인 경우가 많다. 수시로 변하는 입시제도와 아이의 시험 성적 앞에서 그 결심은 바람 앞에 촛불처럼 너무나도 쉽게 흔들리고 꺼진다. 부모 자신도 인생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을 세우지 못한 채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고 ‘그냥’ 부모가 되어 살고 있지는 않은가?

유대인은 결혼과 동시에 부모교육센터에 다니거나 아내가 임신하면 부부 모두 아기의 건강과 육아에 관한 교육을 받으며 적극적으로 준비한다. 물론 이스라엘에서는 이러한 부모 교육프로그램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우리는 부모의 가치관이 확고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녀에게도 가치관을 제대로 심어주지 못한다. 자신감과 자기 긍지가 뚜렷한 사람은 무엇보다 자아 정체성이 확립되어 있는 사람이다. 자아 정체성이란 나무뿌리와 같아서 정신 속에 깊이 뿌리를 내렸을 때만 굳게 설 수 있고 어떤 폭풍우라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겨낼 수 있다. 궁극적으로 모든 부모가 진정으로 원하는 아이의 미래는 언제 어디서나 스스로 제 빛을 발하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한 나그네가 노인에게 도시로 가는 길을 물었다. 노인은 “둘러 가지만 지름길이 있고, 바로 가지만 먼 길이 있다”고 대답했다. 나그네는 바로 가는 길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나 그 길은 똑바로 쭉 뻗은 길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는 길이었다.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름길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리는 당장 시험에서 정답을 찾듯이 어떤 문제든 가장 빠르고 정확한 ‘하나의 해결책’을 찾기에 급급하다. 그러나 하나의 정답을 찾아내는 것이 겉보기에는 가장 가까운 길로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멀리 돌아가는 길이며, 하브루타는 가장 멀리 돌아가는 길로 보이지만 사실은 둘러가는 지름길이다. 그렇게 더디지만 차근차근 길러진 능력은 각계각층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세상의 주목을 받는 유대인만의 교육 문화를 만들어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 자신도 끊임없이 부모로서의 내 모습을 돌아보고 배움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한다. 부모의 교육 방향과 방법이 올바르고 효율적인지 끊임없이 성찰하고 개선해나가야 한다. 수많은 문제에 대한 해결의 출발점은 항상 ‘나’와 ‘가정’이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들부터 찾아서 시작한다면 그것이 바로 변화의 시작이고 삶과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혁명의 시작이다.
안명숙 인천효성남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