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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493)] 마음으로 듣는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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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493)] 마음으로 듣는 기적

어린 시절, 부모님이나 선생님을 보면서 어른들은 어떤 문제에 대해서나 해답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하는 어른들은 어려움에 부딪혀도 그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가진 그런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많은 고민들에 쌓여 있으며, 내가 선택한 해결방안에 대한 확신이 없어 불안할 때가 많다. 어린 시절 고민은 친구나 어른들에게 털어 놓으면 해결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어른들의 고민은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경우가 많다. 어른들도 결정의 순간이 두렵고 힘들며 나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았다.

나미야 잡화점의 작은 우유 상자에 넣어 둔 편지들은 성당의 고해성사처럼 비밀스럽고 경건하게까지 느껴진다. 아이들의 장난스러운 고민부터 어른들의 절박한 고민까지 하나하나를 진지하게 대하는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의 모습은 듣는 이의 진실한 마음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위안을 주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30년의 시간을 초월하는 이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세 명의 도둑들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의 연결점이 된다. 빈집을 턴 후 우연히 숨어든 나미야 잡화점에서 우유 상자 속에 들어 있는 편지에 호기심이 생겨 장난으로 답장을 쓰기 시작한다. 빈집털이범 신세에 누구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겠냐며 자조 섞인 말도 하지만, 편지를 보낸 사람들과 답장을 주고받으면서 어느새 세 사람 모두 자신의 문제처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진지하게 편지를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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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빈집털이범 세 사람이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들의 단순명료한 고민 상담이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전환점이 된다. 너무나도 절박한 마음으로 우유 상자에 고민 상담 편지를 넣지만, 그 문제에 대한 답은 이미 그 사람의 마음속에 정해져 있다. 단지 그들에게는 자신의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 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 힘만으로도 그들은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가까운 지인들이 나에게 고민 상담을 해오면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다. 내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다른 사람의 고민을 내가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내가 잘못된 해결방안을 제시해주어서 그 사람을 더 곤란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고민을 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진실한 마음으로 그 고민에 귀 기울여주는 것만으로도 나미야 잡화점처럼 아름다운 기적들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에도 백지편지에 대한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의 답장이 머릿속을 맴돈다. 아마도 오랫동안 이 책의 여운이 마음에 남을 것 같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은 당신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447쪽)
안명숙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인천회장(인천효성남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