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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503)] 장자의 내려놓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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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503)] 장자의 내려놓음

요즘은 세대를 떠나 모두가 힘들어 주저앉고 싶어 한다. 그래서인지 치유라는 뜻의 ‘힐링’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누군가 건네는 따뜻한 손길, 다정한 말 한마디에 위안을 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고 싶어 한다. 이런 때일수록 ‘비움과 내려놓음’의 지혜를 배우는 게 어떨까 싶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여러 종교에서는 이를 수행의 화두로 삼을 만큼 난제다. ‘비움’은 불교적인 용어이고 ‘내려놓음’은 기독교적인 용어에 가깝다.

세상에서는 우리가 내려놓으면 모두 빼앗긴다고 유혹하지만 하늘의 진리는 우리가 비우고 내려놓을 때 온전한 우리의 것이 된다고 약속한다. 『장자의 내려놓음』은 도가(道家)의 대표적인 사상가 장자의 말을 현대에 맞추어 재해석하고 실제 사례를 들어 풀이하면서 일상의 걱정을 내려놓고 즐겁고 현명하게 세상을 사는 법을 알려준다. 세상살이에 지쳐 아픈 사람에게,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가득하다. 장자의 지혜와 처세를 일상에 접목시킨다면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삶에 대해,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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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사상(老莊思想)이라는 단어로만 알았던 장자의 책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평소 동양철학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다. 우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괴리감이 있다고 생각했고, 또한 내포하고 있는 많은 내용을 유추해낼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대다수가 알고 있는 것처럼 나 역시 장자하면 떠오르는 것이 ‘호접몽(胡蝶夢)’이라는 우화밖에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장자의 소요유의 내용을 실제 현대의 일화를 연결해서 이해하기 쉽게 풀어 놓았다. 장자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렵다는 장자철학의 핵심인 소요유가 현대인의 생활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는지 쉽게 설명하고 있어 가슴 답답한 현실에서 조금은 벗어나 여유로움을 맛볼 수 있었다.

『장자의 내려놓음』은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속 문제들을 속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는 혜안을 전달한다. 장자가 알려주는 단순하고 즐거운 생활을 영위하는 법, 만족하며 사는 법, 자신을 사랑하는 법, 고난을 이겨내는 법,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법 등을 통해 진정한 내려놓음을 배울 수 있다.
장자의 모든 이야기를 다 읽지 않아도 이솝의 우화처럼 짧은 한 토막의 구절만으로도 그 철학적 깊이와 문학적인 유려함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장자의 내려놓음이 말하는 자유는 결국 자기변화였다. 자기변화, 영혼의 변화를 경험한 사람만이 절대적인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박영민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독서캠프팀 연구위원(마포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