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이란 전쟁 發 에너지 쇼크, 독일 성장률 전망치 0.4%로 반 토막

글로벌이코노믹

이란 전쟁 發 에너지 쇼크, 독일 성장률 전망치 0.4%로 반 토막

IW연구소 "3년 불황 끝 회복 기대 무너져"…수출 4년 연속 감소 전망
호르무즈 봉쇄·유가 급등에 물가 3% 돌파…소비·고용 동반 침체
프랑크푸르트 금융가.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프랑크푸르트 금융가. 사진=연합뉴스
3년간의 불황 끝에 반등을 노리던 독일 경제가 이란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위기라는 벽에 다시 가로막혔다.

독일 언론 메르쿠어(Merkur)는 7일(현지시각), 독일 경제연구소(IW)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0.9%에서 0.4%로 대폭 낮췄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교란이 3년 연속 침체를 버텨온 독일 경제의 숨통을 다시 조이고 있다는 경고다.

"회복의 싹 꺾였다"…IW, 성장률 전망 절반 이하로 낮춰


IW 경제학자 미하엘 그뢰믈링(Michael Grömling)은 "이란 전쟁이 독일 경제의 조심스러운 회복세를 꺾어버렸다"며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이 3년간의 불황으로 여력이 거의 없는 나라를 강타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정 성장률 0.4%는 민간 소비나 설비투자가 아니라 국가 소비지출과 국방 투자가 거의 전부를 떠받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앞서 독일 연방 경제에너지부도 지난달 22일(현지시각) 발표한 봄철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에서 0.5%로, 2027년 전망도 1.3%에서 0.9%로 각각 낮췄다.

카테리나 라이헤(Katherina Reiche) 경제장관은 "올해 기대했던 경제 회복이 외부의 지정학적 충격에 다시 한번 발목이 잡혔다"고 말했다.

코메르츠방크(Commerzbank) 수석 경제학자 요르크 크레머(Jörg Krämer)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근무일 수 증가를 반영하면 실질 성장률은 0.3%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정체(블랙제로)와 다를 바 없다"고 평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이란·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 인프라 피해로 이번 사태를 "글로벌 석유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로 규정했다.

유럽 가스 가격은 전쟁 초기인 3월 2일 단 하루아침에 약 20% 급등했으며, 유럽의 액화천연가스(LNG) 비축량은 올해 2월 말 기준 460억㎥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의 600억㎥을 크게 밑돌았다.

수출 4년 연속 감소·물가 3%…소비·고용 동반 하락


IW에 따르면 독일 수출은 올해 0.3% 감소해 4년째 뒷걸음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교역량이 1.7% 늘어나는 가운데 독일만 역주행하는 셈으로, 설비투자 전망치도 종전 2.2%에서 1.2%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에너지·식품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연평균 3%까지 끌어올리면서 가계 구매력이 잠식되고 민간 소비도 살아나지 못한다는 진단이다.

그뢰믈링 연구원은 "독일 수출이 세계 교역량은 늘어나는 가운데 4년째 줄어들고 있다"며 "독일 경기가 세계 시장에서 점점 더 동떨어지는 것은 경쟁력의 심각한 손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IW는 고용 인구 감소와 설비투자 후퇴도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봤다.

기업 체감 경기도 전쟁 이후 가파르게 나빠지고 있다. 유럽경제연구센터(ZEW)의 독일 경기기대지수는 4월 -17.2를 기록하며 전월 -0.5에서 급락해 2022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화학·제약과 철강·금속 생산 분야의 체감 악화가 특히 두드러졌다.

유럽 주요국도 성장 전망을 속속 낮추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1.0%에서 0.9%로 조정하는 동시에 충격 완충을 위해 60억 유로(약 10조 2630억 원) 규모의 지출을 보류했다.

독일에서는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총리가 "중동 전쟁의 영향이 오랜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유류세 인하를 위한 16억 유로(약 2조 7368억 원) 규모의 긴급 조치를 발표했다.

3월 수주 5% 급증…"전쟁 충격, 아직 반영 안 돼" 경고


암울한 전망 속에서도 한 가지 밝은 신호가 있다. 독일 통계청은 3월 산업 수주가 전달보다 5% 늘었다고 7일 밝혔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경제학자 예상치 1%를 크게 웃돈 것으로, 대형 수주를 뺀 수치도 5.1% 늘어 3년여 만에 가장 큰 오름세를 기록했다.

다만 유니온인베스트먼트(Union Investment) 경제학자 미하엘 헤르춤(Michael Herzum)은 "수주 증가는 기업에 반가운 신호이지만, 이란 분쟁의 파급 효과는 3월 데이터에 아직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쟁 초기에는 그 충격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워 시장 반응이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그뢰믈링 연구원도 이번 전망이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며 "실제 영향은 전쟁의 지속 기간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ING의 거시경제 리서치 총괄 카르스텐 브르제스키(Carsten Brzeski)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위험이 독일 성장의 파티가 시작되기도 전에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이란 전쟁 충격이 2분기 이후 소비·투자 지표에 본격 나타나기 시작하면 하강 폭이 예상보다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 안팎에서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