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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533)] 운동화를 신은 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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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533)] 운동화를 신은 마윈

마윈이라는 인물을 처음 접한 것은 한 TV 프로그램 '글로벌 경제, 아시아 시대를 열다'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마윈과 최경환 부총리가 함께 출연했었다. 방송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과 함께 마윈의 확고한 신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로부터 전세계 중소기업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꿈과 단순히 눈앞의 이익만 좇지 않겠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

최근 마윈의 성공담과 알리바바의 성장비결을 담은 책이 중국에서 100권도 넘게 나왔을 정도로 마윈 열풍은 대단하다. 특히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알리바바의 해'라 불린 지난해에는 매월 4종 이상의 '마윈 책'이 시중에 쏟아져 나왔다. 이중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된 책만도 10여권에 이른다. 그러다보니 그의 성공 스토리가 일반인과는 다소 멀게 느껴지며 '신화'처럼 비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마윈이 유일하게 공식 인정한 책이라는 선전문구가 달린 이 책은 세간의 그런 느낌을 씻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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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마윈이 공식적인 자리를 제외하고는 평소 운동화를 즐겨 신는다는 마윈의 운전기사 말에서 따왔다. 공식적인 자리에 나갈 때는 구두를 신지만 차로 돌아오면 곧장 운동화로 갈아 신는다는 것이다. 운동화는 편하고 자유로운데다가 공기도 잘 통한다. 언제든지 속도를 낼 수 있으면서도 발이 다치지 않는다. 운동화는 마윈의 일상적인 삶이고 구두는 잠깐의 불가피한 상황일 뿐이다. 나는 이런 모습이 그가 어떤 사람인지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책이 출간 된 후 중국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운동화를 신는 유행이 생겼을 정도라고 한다.

이 책은 청년 시절부터 오늘날의 알리바바까지 마윈 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27개로 나누어 창업가와 매체 종사자의 시작에서 다각도로 분석했다. 27개로 나눈 굵직한 사건 속에는 저자들 자신이 알리바바 그룹의 현장에서 취재한 생생한 모습과 마윈 자신의 어록, 인터뷰, 문답, 만남 등이 가득하다. 평범한 집안 출신에 유학 경험도 없고, 못생긴 외모 탓에 취업조차 줄줄이 실패했던 일개 영어 강사가 세계적인 부호가 되었다는 성공 스토리는 주춤한 성장, 고물가, 실업으로 미래를 고민하는 전 세계의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특히 중국은 얼굴을 맞대고 거래하는 '관시(关系)'로 돌아가는 나라인데 전자상거래로 성공했다는 것 자체에 탄복했다.
그리고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마윈은 못 말리는 진융(金庸 김용) 팬이었다. 자신의 상상력의 원천으로 주저하지 않고 진융의 무협지를 꼽았다. 진융은 케임브리지대 역사학 박사이면서 무협작가로서 마윈에게는 셰익스피어 같은 존재였다. '경영은 살아 있는 인문학'이라는 말에 동의한다면 마윈이 그토록 좋아한다는 진융의 무협소설을 다시 한 번 찾아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사람들이 가장 깊숙한 마음속에 있는 결핍과 욕망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읽어내는 데는 문학이나 역사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이번 기회에 서재 어딘가에 꽂혀있는 김용의 무협소설을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박영민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독서캠프팀 연구위원(마포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