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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535)] 경쟁적인 독서로 책과 멀어지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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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535)] 경쟁적인 독서로 책과 멀어지는 아이들

독서교육 활동 중 가장 먼저 없애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독서퀴즈대회라고 말하고 싶다. 외부 대회 추천 아동을 선발해야하니 어쩔 수 없이 객관적인 잣대와 줄 세우기가 필요하겠지만 이러한 독서퀴즈대회로 인해 많은 아이들이 오히려 책과 멀어지고 있다.

매년 교육청에서 학년 초에 필독 도서 목록이 발표가 되면 우리 학교 아이들은 50여권의 책을 반복적으로 읽는다. 물론 그것도 외부 대회 선발에 의욕이 충만한 일부 아이들의 이야기이고 나머지 대다수의 아이들은 읽기도 전에 포기해버린다. 그 책들을 성실하게 다 읽는다 해도 50권의 책을 읽고 퀴즈를 풀려면 가물가물하다.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려면 필독도서를 한 번 읽고는 어림없다. 어쩌면 애초에 포기해버리는 녀석들이 현명한지도 모르겠다.
우리 반에는 잠시라도 짬이 날 때마다 책을 꺼내어 읽는 아이가 있다. 몇 달 동안 필독도서만 읽던 그 아이가 독서퀴즈대회가 끝나니 환하게 웃는다. “시험 끝나니까 좋아서 웃는 거야?”하고 묻자 “네, 엄마가 독서퀴즈대회 끝나면 필독도서 말고 다른 책 봐도 된다고 하셨어요.” 아! 그 순간 아이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그 아이와 엄마를 그렇게 만든 공범이 바로 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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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한 추천도서는 필요하지만, 아이들마다 발달의 속도가 다르고 흥미를 느끼는 분야도 분명 다르다. 아이들도 경험, 자라는 환경, 성격, 개성, 성별, 취미 등에 따라 책에 대한 기호가 분명하다. 물론 아이의 자발적인 선택만을 무조건적으로 존중하라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성향에 맞는 양서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회 뿐 아니라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경쟁적인 독서 풍토도 책에 대한 아이들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이다. 선행학습으로 안도감을 느끼는 많은 학부모들은 독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애는 벌써 햄릿을 읽어요.”하는 이웃의 자랑에 속상했다는 초등학교 5학년 어머니를 만난 적이 있다. 셰익스피어가 만 10세 어린이를 위해 햄릿을 썼을 리 없고, 그 아이가 읽은 것도 줄거리만 간추린 축약본일 테니 기죽지 말라고 하자 금세 얼굴이 환해진다. 상담자의 책임이 막중한 시대가 된 것 같다.(본문 P.25)

이런 학부모들의 고민 상담은 학교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는데도 저학년용 그림책만 본다며 학교 도서관에서 억지로 필독도서를 읽힌다. 누가 그림책을 유아나 저학년만 보는 유치한 책이라고 단정하는가. 훌륭한 그림책의 일러스트레이션과 함축적인 언어들은 어린 아이 뿐만 아니라 성인에게까지 큰 깨달음과 감동을 준다.

책을 인지 발달 도구로만 보아도 좋을까? 어린이의 개별적인 발달 과정과 개인차를 인정하지 않는 독서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책은 많이 읽기만 하면 좋을까? 경쟁적인 독서가 평생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이 책날개를 달고 자유롭게 훨훨 날 수 있으려면 어른들이 먼저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들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안명숙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인천회장(인천효성남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