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극장 2015 하반기 포스트 시즌 기획공연에 초대된 신진안무가는 강희진(단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무용학과 석사과정), 박지영(뉴욕주립대 석사), 황분환(단국대 일반대학원 석사과정), 최민경(서울무용제 지정 젊은 춤꾼) 네 명이다. 이들은 자신의 개성을 살리면서 열정으로 짠 작품들을 과감하게 선보였다. 비평의 좌표축에 걸린 모던한 풍경은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도식적 사고의 틀을 깬 안무작들은 춤을 읽는 사람들에게 빛나는 지성의 일깨움, 지속 가능한 발전의 미진, 창의력의 진전, 도전적 주제의 실천, 전통의 조탁 등을 보여주었다. 여름의 땀방울로 가을 채비를 한 안무 에세이들은 감정적 설복을 넘어 차오르는 열정을 정제한 창조적 힘의 본질을 관통하는 것들이었다. 출품작들은 M극장 춤의 문화적 전통을 계승하였다.
강희진 안무의 『또 다른 코드, Another Code』, 작년 그리스 헬라스 국제무용콩쿠르 3위 입상의 그녀가 인디언 추장의 이야기를 교훈적으로 엮은 상징성 짙은 안무작이다. 독백, 새장에 걸린 풍선, 가면, 앵무새, 곰 인형이 동원된 춤은 의자와 가로등을 두고 의미를 심화시킨다. 춤이 진행되면서 가면은 점차 벗겨지고 우리 마음속의 두 마리 늑대에 관한 우화가 등장한다.
선과 악에 관한 이야기는 ‘먹이’가 승리의 성공임을 밝힌다. ‘웰컴 투 동막골’에서 본 촌장의 화평의 비결과 유사하다. 커다란 곰 인형을 두고도 옷을 입고 벗으면서 에피소드는 계속된다. 세월의 경과를 암시하는 시계소리, 교훈적 대사가 깔린 팝송이 주제를 밝힌다. 분할된 조명은 의자영역 안, 밖에서 춤을 경계하고,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었다가 수의 변화를 이룬다.
강희진이 안무가로서의 통과의례로 삼고, 가족과 일상의 소중함, 평범한 진리의 실천을 강조한 『또 다른 코드』 는 케이지를 2층까지 옮기는 장소의 전이를 이루면서 종료된다. 이 작품은 말이 없는 교훈에 말을 걸고, 소품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의미들을 풀어 헤치며, 자신의 안무 특징을 밝힌 작품이다. 그녀가 차용한 인디안 추장 이야기는 강희진 춤의 시원(始源)이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싱가폴댄스씨어터 단원으로 활약했던 박지영(한양대 겸임교수) 안무의 『온전히 그대로, In its entirety』, 미니멀리즘을 창안한 작곡가 필립 글라스(Philip Glass)와 영화음악으로 잘 알려진 토마스 뉴맨(Thomas Newman)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된 발레작품이다. 안무가는 춤의 미세한 변화를 통해 청량감이 느껴지는 몽환적 무드를 창출한다.
필립 글라스는 1960년대 후반 뉴욕에서 인기몰이를 하여 오페라 ‘해변의 아인슈타인’ 으로 빅 히트한 미국 작곡가이다. 단조로운 리듬과 반복적인 구조의 미니멀리즘적 요소가 특징인 이 작곡가의 『지금 이 시간, The Hours』에 담긴 맑은 피아노 선율을 주조한 악기들의 조화처럼 『온전히 그대로』는 아침의 고요, 조용히 피어오르는 열정, 히스테리컬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안무가는 개개인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독무, 이인무, 삼인무 등의 변화로 고독이 깔린 고요하고 처연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영화 ‘여인의 향기’를 작곡한 토마스 뉴맨의 『어린 아이들, Little Children』에서 풍겨 나오는 정염의 신비가 배어있는 박지영의 『온전히 그대로』는 상상력이 출중한 중학생 발레리나 김단비를 무대에 세울 정도로 자신감을 보인다.
이 작품은 무대의 중앙에서 느린 동작으로 전진하는 여성 3인무로 시작하여 남녀 듀엣, 남성 하나 여성 둘의 3인무 등의 변화를 주면서 유연한 등퇴장과 조명의 앰버효과를 살린다. 검정으로 착복한 모든 연기자들의 표정연기와 더불어 안정된 구도를 보여준 이 작품은 음악의 신선함과 더불어 여유와 청정의 공간, 우주로의 유영(遊泳)같은 신비감을 보여주었다.
황분환 안무의 『침묵의 소리, Sound of Silence』, 블루 댄스 시어터의 젊은 단원의 ‘자신의 내면 들어다보기’로써 사마리아 여인에 얽힌 ‘돌’을 연상시키다. 타인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을 반성해야한다는 출발은 낭만적 사운드를 동반한다. 이 세상에는 많은 개성의 사람이 존재하듯 등장인물들은 서고, 앉고, 다른 계층처럼 2층에 존재하고, 무대 옆에서 뛰어 나온다.
4인의 여성들은 무엇인가를 찾고, 이야기하듯 행동하면서 세상과의 소통을 상징하는 무대 중앙에 매달린 마이크와의 터치를 시도하는 다양한 동작을 연기해낸다. 명랑한 움직임 속에 수다와 사운드 스크래치가 이루어진다. 불통은 벽을 두드리는 동작으로 이어진다. 침묵의 사운드는 마이크를 잡으면서 독무로 구성되고, 나머지 3명의 무용수는 뒤에 남겨진다. 이어 백색 조명은 4인으로 확장된 영역을 포집한다. 서로의 공감을 확인하고 춤은 종료된다.
안무가 황분환의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되었다. 새로운 춤은 통상적 개념의 틀을 벗어난 것을 전제로 한다. 춤 전용극장에서의 『침묵의 소리』는 기교적, 유희적 춤 보다는 보다는 제목의 깊이감에 부합되는 신비감을 탑재했어야 했다. 구성의 치밀함과 다양한 안무경험이 자신의 작품을 옹호할 수 있는 무기임을 인지하고,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본다.
최민경 안무의 『방하심, Rid Oneself of Greed』, ‘탐욕에서 벗어나자’는 주제의 한국 창작무용이다. 무대 위에는 탐욕의 상자가 세 개 놓여있고, 그 위에 공이 얹혀있다. 등을 보이고 세 명의 여인들이 서서히 등장한다. 공을 관찰하고, 지켜보다가, 공을 하나씩 머리위에 든다. 조명은 급변하고, 뀅가리, 주발, 방울, 징, 장고 등이 하늘과 땅을 깨운다.
요란한 전통악기들이 사방의 기를 압도하는 가운데 수직으로 여인들은 드러눕는다. 푸른빛이 사운드가 분위기를 압도하며, 떨림과 긴장감을 견지한다. 벽이 주는 이미지를 곁에 두고 독무가 이루어지고, 등 파인 롱 드레스가 탐욕과 욕정의 빨간 조명을 받는다. 자신의 부도덕한 행위를 가리는 얼굴 가리기가 이어진다. 애절한 구음 쏟아지며 공이 바닥에 떨어진다.
탐욕이 털어지며 인간본연의 마음인 원위치로 공이 다시 자리를 잡으면서 춤은 끝난다. 욕심내지 않고 자신의 마음의 무게 중심을 인간성 회복에 두어야한다는 안무가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들뜸을 가라앉히고, 시적 구성과 여운을 남기는 방법으로 소극장 무대의 메커니즘에 좀 더 집중했더라면 춤은 심리적 효과를 더 얻었을 것이다.
가을의 서정을 훔친 작품들은 춤 작가들의 정성과 의욕이 충만한 것들이었다. 약간의 미진함은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시간을 내어 여유 있게 작품을 가다듬고, 주제에 밀착되는 치밀한 구성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내었을 때, 그 작품은 인정받는다. 신인안무가들이 자기 춤 발전의 계기로 삼는 2015 M극장 가을 신인안무가전은 소중한 기획 프로젝트였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