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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565)] 거창고 아이들의 직업을 찾는 위대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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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565)] 거창고 아이들의 직업을 찾는 위대한 질문

거창고등학교는 명문대 진학 실적이 뛰어나 입시철마다 언론에 자주 소개되는 시골 명문고등학교이다. 거창고등학교가 명문고로 자리 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성교육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자율 속에서 소명의식을 키워준다는 데 있다. 이 바탕이자 중심이 되는 철학은 바로 다음에서 소개할 ‘직업 선택 십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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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고 직업선택 10계명]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4.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을 절대가지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을 가라.
6. 장래성이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7. 사회적 존경을 바랄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하지 말고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요즘 아이들에게는 정말로 꿈이 부재한 걸까? 몇 년 전부터, 학교에서 적성 찾기, 미래의 유망 직업 소개, 진로 독서 연계 수업 등 다양한 진로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성적에 의존해서 진로․진학을 결정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런 현실을 부정할 부모가 얼마나 될까? 그런데 상기 내용처럼 거창고 직업십계명은 지금 소위‘잘 나가는’ 직업을 철저히 배제하라고 말한다. 특히 십대 자녀의 성적과 진로결정은 풀기 힘든 숙제처럼 따라다닌다. 이 책은 거창고 선생님과 졸업생들의 삶을 통해 이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직업 십계명의 정신은 한 거창고 졸업생의 글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건축가라면 그 다리는 무너지지 않고, 의사라면 사람의 목숨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 판사라면 판결을 믿을 수 있고, 기자라면 거짓을 전하지 않으면, 교사라면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다.” 직업 십계명은 세상이 정해놓은 외적인 기준이 아니라, 내가 꿈꾸는 삶을 소신 있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 이는 현대인 그토록 원하는 진정한 행복으로 이어진다.

특히 자기 적성과 직업 십계명의 ‘결심’이 만나면 돌파하지 못할 난관이 없다는 점이다. ‘월급이 많지 않고 세상이 칭송하지 않은’ 직업임에도 선택한 사람이라면 그 우직한 열정이 얼마나 뜨거울까? 다만, 그 마음 바탕에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원대한 포부보다 주변의 한 사람만이라도 진정으로 섬기겠다는 ‘사랑’말이다. 나보다 가지지 못하고, 힘없고, 도덕적 가치관이 약하고, 교육을 받지 못한, 그러한 약자를 섬기는 것이 ‘참 사랑’이다. 이번 기회에 직업 십계명을 각자 항목별로 살펴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자문자답해 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박영민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독서캠프팀 연구위원(마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