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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587)] 독서로 가꾸어가는 우정의 백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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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587)] 독서로 가꾸어가는 우정의 백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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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 가을도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등화가친의 계절이라고 하면서 가을이 되면 책과 벗하는 시간을 만들고 또 책 읽는 벗과 사귀기도 했지요. 그런데 요즘은 가을이 여행의 계절이 되어 버렸으니, 겨울을 독서의 계절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바깥으로 향해 있던 모든 시선을 안으로 거두어들이고 책을 벗 삼아 영혼을 살찌우는 시간을 가꾸면 어떨까요?

여러분은 마음이 통하는 벗과 만나고 있으신가요? 우리는 벗을 사귈 때 조건을 따지고 이해관계를 계산하곤 하지요. 그런데 18세기에 인위적인 조건을 뛰어넘어 참된 우정을 나눈 사람들이 있습니다. 안소영이 지은 '책만 보는 바보'는 이 사람들의 차원 높은 우정을 시적인 문체로 감미롭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자유롭고 순수한 영혼을 지녔습니다. 이들의 사귐에는 나이, 신분, 당파, 지역 등이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었습니다. 이들은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떨치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했으며, 물질적 이익보다는 정신적인 가치와 인간적인 신의를 중시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물질적 가치는 인간의 삶에 중요한 요소인데, 이들은 그 너머에 있는 높은 가치를 추구하며 살았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이들은 영혼의 영토가 참 넓었을 겁니다. 이덕무의 친구들이 보물 같이 여기던 책을 팔아 모은 돈으로 이덕무의 방을 한 칸 지어주는 대목에 이르면 눈물이 주르르 흐릅니다. 그리고 치열한 독서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을 윤기 있게 만들려는 이들의 노력을 만나면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대립과 경쟁보다는 협력과 연대를 중시하던 백탑 친구들, 이들이 보여준 태도와 지향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오늘날에도 마음이 통하고 뜻을 함께하는 친구를 만들 수 있겠지요. 저는 이런 사귐이 가능하다고 믿으며, 책이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김종두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대구회장(심인고등학교 수석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