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없어지는 ‘패션거리’①] [르포] 텅텅 비고 카페만 와글… 패션거리가 사라졌다
[없어지는 ‘패션거리’③] 갈 길 잃은 패션업계… 오프라인 시장 없어도 되나
압구정로데오 거리를 걷던 한 자매는 쇼윈도를 구경할 것도 없이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언니 박모씨(28)는 “옷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어요?”하고 물었다. 박씨는 “점포는 다 비어 있고 문을 연 곳들은 글로벌 패션업체들인 것 같은데 다른 곳에서 돈 벌고 이 매장은 포기한 모양”이라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없을 뿐더러 근처에 사는 우리도 카페 때문에 오지 쇼핑하려고는 안 온다”고 말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카페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 직장인 신모씨(30)는 “강남 일대는 카페 한 번 들어가려고 해도 발레파킹비, 주차비로 골치 아프다”며 “그런데 압구정 로데오는 빈 점포 앞에 잠깐 차를 세워두고 카페에서 놀다 나오면 된다. 그래서 자주 온다”고 전했다. 압구정 로데오가 이미 패션거리라는 이름을 잃어버렸다는 의미다.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도보로 30분가량, 직선거리로 1.7㎞ 정도인 가로수길은 어떨까. 가로수길은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 신사동주민센터에서 TBWA 건물까지의 655m 구간으로, 물리적 계획이 아닌 자생적으로 패션거리 형태를 띠게 된 곳이다.
이날 이곳을 찾은 김모씨(22)는 “패션거리로 유명한 것으로 알지만 주변 사람들 중 가로수길에서 쇼핑하는 것은 거의 못봤다. 이렇게 비도 오면 보통 백화점이나 쇼핑몰을 가지 가로수길에서 굳이 힘들게 걸어다니면서 쇼핑하진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압구정 로데오거리보다는 확실히 상권이 활성화돼 있었지만 온전히 패션거리로 인정받기는 어려워보였다.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맛집 프랜차이즈나 카페가 들어선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패션거리라는 말을 어디다 쓸 곳이 없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복합몰이나 아웃렛이 활성화 되면서 어떤 거리가 쇼핑만을 위해 남아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상권이 활성화되면 패션 점포보다 돈이 더 되는 외식업체가 들어서거나 대형 프랜차이즈 위주로 업체가 거의 바뀌는 것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임소현 기자 ssosso667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