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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정훈 서울대 교수 "지역농산물, 아는 만큼 보인다… 품종·재배지마다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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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정훈 서울대 교수 "지역농산물, 아는 만큼 보인다… 품종·재배지마다 제각각"

문정훈 서울대 교수는 먹거리를 중심으로 한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과 관련해 농산물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획일화된 소비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강조했다. 사진=천진영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문정훈 서울대 교수는 먹거리를 중심으로 한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과 관련해 농산물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획일화된 소비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강조했다. 사진=천진영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천진영 기자] “모든 농산물은 저마다의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품질이 아닌 다양성을 추구하는 게 핵심이죠. 우리 농업이 직면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농산물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획일화된 소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문정훈 서울대 교수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먹거리를 중심으로 한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가치 있는 식문화 구현에 꾸준히 힘 써온 문 교수는 지난 2011년 교내 ‘푸드 비즈니스 랩’을 설립했다. 이곳에서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노는’ 방법에 대한 식품 관련 경영학을 연구하고 있다.

문 교수는 “우수한 지역 식재료는 무궁무진하지만 실제 산업에서 활용도는 낮은 실정”이라며 “우리 랩에서는 지역별 독특한 식재료와 식문화를 더욱 즐겁고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식문화의 다양성과 품종 확보, 지속가능한 농업까지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소비자들에게 ‘다르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급선무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쌀의 경우 품종이나 재배 지역별로 품질과 특성이 달라진다. 현재로선 농산물의 다양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품종에 따라 감자를 구분해 먹지 않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품종마다 전분 함량과 풍미가 각각 다른 감자의 경우 튀김이나 찜, 볶음 등 요리법을 기준으로 분류된다. 이는 외국의 사례다. 반면 한국 소비자들은 싼 가격에 때깔 좋은 감자만 선호한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감자 농가들이 더욱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방법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라며 “더 좋은 감자, 특색 있는 감자는 사라지고 가격 경쟁만 하는 구조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정 지역에서 특정 품종의 농산물이 우수해질 경우, 재배 농가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지역에 해당 농산물 가공을 목적으로 한 업체까지 가세하면 클러스터화 되는 것”이라며 “가장 큰 경제적 파급 효과는 인구의 유입”이라고 전망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영광 모싯잎, 모싯잎 송편, 프렌치 전문 오너 셰프들이 순창 식재료로 만든 도시락 메뉴, 순창 고추장·장아찌·고기로 속을 채운 소시지. 문정훈 서울대 교수=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영광 모싯잎, 모싯잎 송편, 프렌치 전문 오너 셰프들이 순창 식재료로 만든 도시락 메뉴, 순창 고추장·장아찌·고기로 속을 채운 소시지. 문정훈 서울대 교수=제공

식문화 가치 발굴의 첫 단계로 최근 서울대 푸드 비즈니스 랩은 전남 영광과 순천을 방문했다. ‘모싯잎과 두부콩’을 주제로 한 전남 영광에서는 영광 모싯잎송편을 집중했다. 지리적인증을 받은 이 품목이 특별한 이유는 영광 쌀, 모시, 동부콩의 독특함에 기인한다. 다른 지역 재료와 명백히 다르다는 의미다.

문 교수는 식재료의 가치를 최대치로 끌어 올려 판로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순창 고추장과 장아찌의 경우, 좋은 식재료인 반면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떨칠 수 없다. 재료들의 새로운 용도를 모색하고 가치를 끌어 올리면 ‘신세대적 소비’를 유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렌치 전문 오너 셰프들과의 협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순창 고추장이나 장아찌 등으로 만든 요리가 레스토랑 메뉴로 나오게 될 경우, 지역 식재료의 가치는 더욱 향상된다. 11월 하순경에는 강남 지역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영광 모시와 동부콩 등 두 재료의 특성을 많은 소비자들에게 소개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문 교수는 향후 서울대 푸드 비즈니스 랩에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여전히 각 지역에서는 생산단가를 낮추는 데만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품종이나 지역별 차이가 농식품 자체의 특성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이면서도 세련되게 알려야 한다. 그것이 푸드 비즈니스 랩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천진영 기자 cj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