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자문명이 도입되고 제정도 분리되던 시기부터 정치의 수장을 ‘왕(王)’으로 불렀다. ‘王’은 삼(三)자 중심을 세로로 그은 형태로, 하늘과 땅과 백성 셋을 관장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리고 ‘상감(上監)’은 왕의 극존칭으로, 의역하면 ‘위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임금’이 된다. “짐이 부덕해서~” 할 때의 ‘짐(朕)’은 왕 자신이 신하에게 사용하는 1인칭의 ‘나’이다.
한편 “조정들은 들라”에서 ‘조정(朝庭)’은 왕의 집무실 앞 넓은 공터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왕의 훈시가 있을 때 신하들이 조정에 도열하기 때문에, 조정을 신하의 다른 말로 쓰곤 했다.
“전하 윤허하여 주시옵소서.”라는 대사도 자주 들리는데, 여기서 ‘윤허(允許)’는 무언가의 허락을 말한다. 신하들이 공문서를 올리면 왕은 그를 읽어 보고 합당할 때 공문 하단에 한자 ‘윤(允)’을, 다시 검토를 바랄 때 ‘비(非)’자를 적었다. 신하가 왕에게 간절히 호소할 때는 ‘통촉(洞燭)’이란 말도 사용하는데, 이는 어떤 사안에 대해 깊이 헤아려 살펴달라는 뜻이다. 비슷한 단어인 ‘황송(惶悚)’은 분에 넘쳐 매우 고맙고 한편으로 송구하다는 의미이며, ‘황공(惶恐)’이나 ‘황공무지(惶恐無地)’는 ‘지존(왕)을 대하니 두렵고 몸 둘 곳을 모르다.’로써, “황공무지하오나 이 말씀을 올려야 하겠습니다.”의 예문에 걸맞다.
“종사를 보존하소서!”에서 ‘종사(宗嗣)’란 종묘와 사직을 합친 단어인데, 종묘는 선왕들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고 사직은 땅 신과 곡식 신을 모신 장소로, 한 왕조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말이다. 따라서 종사를 보존한다는 것은 곧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살핀다는 의미가 된다.
왕을 ‘용(龍)’에 비유하여 용안-왕의 얼굴, 용좌-왕의 의자, 용포-왕의 옷, 용루-왕의 눈물, 용수-왕의 수염 등의 명칭도 종종 들린다. 우리 선조들은 용을 비· 구름· 강· 바다를 다스리는 영물이자, 사람의 먹거리를 관장하는 전설의 수호신으로 여겼다. 따라서 백성들은 살아있는 왕에게 최고의 권력을 부여함과 동시에 용처럼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 주길 염원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