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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스포츠 24] 야구에 굶주린 미국 MLB 팬들이 KBO리그 중계에 열광하는 몇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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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스포츠 24] 야구에 굶주린 미국 MLB 팬들이 KBO리그 중계에 열광하는 몇가지 이유

한국 프로야구 KBO 리그가 지난 5월 5일 개막전부터 미국 ESPN과 일본 SPOZONE을 통해 매일 1경기 이상 생중계 서비스가 되면서 해외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것과 함께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프로야구 KBO 리그가 지난 5월 5일 개막전부터 미국 ESPN과 일본 SPOZONE을 통해 매일 1경기 이상 생중계 서비스가 되면서 해외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것과 함께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세계 스포츠계는 움직이지 못하고 있지만, 재빨리 리그를 개막한 한국에 야구의 본고장 미국이 주목하고 있다. 한국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 LCD TV 등 전자제품 외에도 K-POP은 물론 한국 드라마도 넷플릭스 등을 통해 각국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 4관왕을 제패했듯이 한국 영화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칸 영화제가 선출한 올해의 영화에도 두 편의 한국 영화가 들어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엔 스포츠계에서 또 다른 한국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각국에서는 아직도 다양한 업계에 비상이 걸려 있지만, 스포츠계에서도 무관중 경기 등을 전제로 조금씩 경기 재개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 프로야구는 현재도 중단된 상태다.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전후해 무관중 경기부터 개최하는 방안이 나왔지만, 메이저리그(MLB) 기구가 제시한 연봉 삭감안에 선수회 측이 난색을 표명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국 프로야구가 미국에서 인기가 급상승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 개막 늦는 메이저리그 대타 한국야구리그

이전부터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이 한국 프로야구에 눈독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KBO(한국야구연맹)와의 중계방송권 계약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영향으로 중단된 메이저리그 중계 프로그램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경기 생중계권 등 계약이 체결됐다. 지금은 일주일에 무려 6경기 이상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한 달 전인 지난달 5일부터 프로야구가 무관중 경기로 개막됐다. 방송이 시작되자 야구에 주린 미국인들이 메이저리그와 비슷한 듯 약간 다른 한국 야구를 주목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 한국 야구의 인기에 ESPN도 ‘이때다’라는 판단을 한 듯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은 한국 야구 특집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팀의 간판인 4번 타자도 필요에 따라 번트를 해 승리를 위해 희생한다고 아시아식 야구를 설명했다. 이런 것도 힘으로 밀어붙이는 미국 야구밖에 몰랐던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 독특한 아시아 야구 스티일도 인기의 요인

이 밖에도 미국에는 없는 독특한 아시아식 야구도 미국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투수 대신 타격 전문 선수가 타석에 서는 지명타자제도다. 미국의 대형 뉴스 채널 CNBC가 한국 야구의 인기에 대한 특집방송에서 한국 야구와 메이저리그 야구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한국 야구에서 지명타자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최근 MLB 내셔널리그에서도 투수들의 어깨를 지키기 위해, 또 선수들의 활약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도 채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1973년 이후 도입된 지명타자제도지만 내셔널리그에서는 아직도 채용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엔 메이저리그 기구와 선수회가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고 실제로 지난 5월 발표된 올 시즌 개막 안에는 내셔널리그에도 도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움직임에 EPSN이 한국 야구 중계를 얼마나 했는지 모르지만,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등을 통해 한국 야구를 참고했다고 하니 지명타자 제도를 뒷받침했을지 모른다.

■ 배트 플립 등 화려한 퍼포먼스도 매력포인트

여기에 ‘배트 플립’ 일명 배트 던지기라고 불리는 퍼포먼스도 미국 야구팬을 매료시키고 있는 요소 중 하나다. 타자가 공을 친 뒤 달려나갈 때 방망이를 휘두르는 배트 플립은 미국에서도 가끔 볼 수 있지만, 투수 등 상대 선수를 자극하지 않는다는 배려차원에서 금기시되고 있다. 어지간한 극적 끝내기 홈런 때 등 예외는 있어도 홈구장 이외에서는 볼 기회가 거의 없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홈런 외에 안타를 쳐도 배트 플립을 할 수 있어 화려한 퍼포먼스를 좋아하는 미국 야구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 인기는 ESPN 공식 사이트에 ‘Korean Bat Flip’라는 특집 코너가 등장했을 정도다.

미국에서 한국 야구 인기의 비밀엔 또 다른 것이 있다. 그것은 팬들의 응원 스타일에서 볼 수 있다. 한국에는 일본과 같은 마스코트 캐릭터 외에 응원가에 맞춰 춤을 추는 치어리더가 존재한다. 흥미로운 것은 필드의 선수들을 향해서만이 아니라 관객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관중석 쪽을 향해 춤을 추는 점이다. 경남을 홈으로 둔 NC 다이노스의 외국인 선수 애런 알테어는 마치 콘서트를 보는 것 같다고 인터뷰했다. 게다가 이것은 일본에서도 볼 수 있는 응원이지만 각 팀의 노래뿐만이 아니라 각 선수에 맞춘 노래가 존재하고, 팬들이 함께 소리를 맞춰 노래하고 응원하는 모습도 외국에서 보면 신선하다고 한다.

■ 야구단 없는 노스캐롤라이나 NC를 홈팀 대우

미국 전역에서 중계가 시작됨으로써 많은 사람이 처음으로 미국 이외의 팀끼리 야구를 보게 되었다. 야구를 애타게 기다리던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해외 팀이었다고 해도 그 매력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일례로 메이저리그 구단을 갖고 있지 않은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주에서는 팀명에 똑같은 NC가 붙는 NC 다이노스가 마치 자신들의 홈팀처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NC구단 측도 이 성원에 보답하듯 공식 SNS를 통해 ‘North Carolina is in our hearts(노스캐롤라이나는 우리 마음속에)’라고 호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한국 야구의 인기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자신의 SNS에 “KBO 개막에 맞춰 미국에서 생중계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이를 통해 더욱더 K-야구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알리고 있다. 한국은 앞으로 스포츠 분야도 국가적전략으로 해외 진출을 권장할 것으로 보인다.

■ 한국 대중문화 이어 스포츠도 미국 경유 세계로

KBO는 지난달 22일 한국 프로야구는 미국, 일본에 이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주요 국가 130개국에 생중계된다고 발표했다. 이 중계 확대는 ESPN을 통한 미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캐나다, 멕시코 등을 포함한 북미 전역, 유럽 전역, 아시아 일부 지역, 중동 및 아프리카 전 지역이 ESPN 네트워크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한국은 K-팝,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는 물론이고 일반 기업 등도 해외 접근을 꽤 잘한다. 그동안 거국적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계속한 결과 이제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아이돌을 쏟아내고 있으며, 한국 영화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다음은 스포츠에서의 세계 진출이다. 겸손하고 겸손한 미덕의 시대는 지났다. 지금부터는 얼마나 매력적인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들을 내놓기 아까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해야 한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