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차별화' 전략 MZ세대 유입 효과 '톡톡'
백화점 틀 깬 '더현대 서울'·리바트몰 등 전문몰 안정적 성장세
잘 하는 사업에 집중 투자로 조용한 '강자'로 우뚝
백화점 틀 깬 '더현대 서울'·리바트몰 등 전문몰 안정적 성장세
잘 하는 사업에 집중 투자로 조용한 '강자'로 우뚝

유통공룡 빅3(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중 하나인 현대백화점은 유독 경쟁사와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정 회장은 평소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경영을 유지하며 외부 안정과 재무 건전성을 갖추는데 집중하면서도 위기시엔 비축한 현금으로 '위기마다 투자한다'는 공식을 펼쳤다. 지난 2007년 지휘봉을 잡은 이후 신규 출점이나 대규모 투자에 신중했으나 최근 백화점, 아웃렛 등 주력 사업을 중심으로 과감한 행보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던 시기에 정 회장은 '더현대 서울' 개점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정 회장의 결정에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 초 문을 열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더현대 서울 개점은 성공적이었다. 개점 첫해 매출은 8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국내 백화점 중 개점 첫해 매출 신기록이다. 성공 비결은 백화점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공간이다. 백화점은 통상 1층에 명품·뷰티 매장으로 채워져 있지만 더현대 서울은 높은 유리 천장에서 쏟아지는 채광과 전시 공간, 워터풀 가든 등으로 조성해 인증샷 필수코스로 만들었다.
또 입점 매장도 그동안 백화점에서 볼 수 없던 실험적인 곳들로 채웠다. 업계에서 유일한 무인매장 '언커먼 스토어' 등이 바로 그것이다. 덕분에 더현대 서울은 MZ세대 성지로 불리게 됐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더현대서울 매출에서 MZ세대 비중은 50.3%로 현대백화점 15개 점포 평균 매출 비중(24.8%)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 기세를 몰아 현대백화점은 올해도 MZ세대 공략을 위한 투자를 이어간다. 총 2000억원을 들여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목동점, 대구점, 판교점, 그리고 더현대 서울 등 6개 점포를 새롭게 꾸미고 MZ세대가 열광하는 패션 브랜드의 신규 입점도 서두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빅3중 유일하게 대형마트나 할인점 사업을 하지 않는 점도 눈에 띈다. 과거, 신세계와 롯데 등이 관련 사업으로 몸집을 불려온 것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 지나치게 안정적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는 말들도 있었지만 2010년부터 대형마트가 사양산업으로 내려오면서 실속 있는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쟁사와 가장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는 사업은 온라인 분야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롯데는 중고나라 인수 등에 3조원 이상의 돈을 쏟으며 이커머스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반면, 현대백화점은 자사 전문몰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온라인 사업을 전개 중이다. 현재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전문몰은 더현대닷컴, 리바트몰, 현대식품관 투홈 등 10여개다.
이커머스 사업을 적극 펼치지 못하는 배경에는 대형마트의 부재가 있다. 롯데와 신세계의 경우 마트 사업으로 온라인 매출 비중이 높은 편이나 현대백화점의 사정은 달라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어 분명 중요한 사업 분야라고 생각한다"며 "이커머스 사업 대신 전문몰 전략으로 온라인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온라인 사업 전략은 새로운 콘텐츠와 서비스"라며 "리바트몰의 경우 가구 익일배송을, 현대식품관 투홈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단독 상품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대백화점의 소신은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빅2가 막대한 돈을 이커머스에 쏟으며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도 현대백화점 온라인몰은 나홀로 흑자행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백화점그룹 온라인 거래액은 4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140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도 온라인 사업 전문성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올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분산된 디지털 관련 조직을 하나로 통합한 '디지털사업본부'를 신설한 것도 이 일환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하는 사업과 개연성이 있으면서 잘 할 수 있는 사업들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며 "온·오프라인에서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