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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은 '실행력' 식품은 '글로벌'…신동빈 회장, 신상필벌 인사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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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은 '실행력' 식품은 '글로벌'…신동빈 회장, 신상필벌 인사혁신

유통은 '실패한 외부 DNA' 지우고 롯데맨 회귀
식품은 2회 연속 외부 CEO... 글로벌 역량으로 35% 성장 목표
계열사별 전략·과제에 맞춘 인사처방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년 연속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유통군과 식품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인사 기조가 뚜렷이 갈렸다. 성장 정체에 직면한 유통 부문에는 검증된 '정통 롯데맨'을 구원투수로 투입한 반면, 글로벌 사업 비중 확대가 과제인 롯데웰푸드는 2회 연속 '외부 글로벌 인재'를 수장으로 앉히며 '계열사별 맞춤형 처방'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은 최근 2026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전체 CEO 3분의 1 수준인 20명을 교체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폭이었던 21명에 이어 두 번째 대규모 교체로, 신동빈 회장의 '신상필벌' 원칙을 내세웠다. 특히 주력인 유통 부문에서는 외부 영입 인사들이 물러나고, 후임으로 모두 롯데에서 경력을 쌓아 온 내부 출신 인사가 배치됐다. 2022년 이후 외부 인재를 수혈하며 변화를 시도했던 흐름과는 결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배경에는 유통 부문의 실적 부진이 있다. 내수 침체 여파로 롯데마트·슈퍼는 2025년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 영업이익은 85.1%나 급감하는 등 심각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업계는 롯데가 전략의 일관성 대신 빠른 실적 반등과 실행력 제고에 방점을 찍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쪽을 택했다는 평가다.

왼쪽부터 롯데웰푸드 서정호 대표, 롯데마트·슈퍼 차우철 대표, 롯데백화점 정현석 대표. 사진=롯데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롯데웰푸드 서정호 대표, 롯데마트·슈퍼 차우철 대표, 롯데백화점 정현석 대표. 사진=롯데그룹

실제 구원투수로 투입된 인사들은 '롯데식 체질 개선'의 성공 경험을 가진 내부 전문가들이다. 롯데마트·슈퍼 대표에 내정된 차우철 신임 대표는 롯데GRS(롯데리아) 대표 재임 시절 수익성이 낮은 사업과 점포를 과감히 정리하고 글로벌 사업을 확장해 1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 차 대표는 그룹의 전략을 이해하고 있는 롯데맨 출신으로, 업계에서는 차 대표를 그룹 내 비용 구조 점검과 체질 개선을 맡아온 전문가로 평가한다.

롯데백화점 새 수장인 정현석 신임 대표는 롯데백화점 역사상 최연소 대표이사다. FRL코리아(유니클로)를 이끌며 ‘노재팬’ 여파로 위축됐던 실적을 흑자로 돌렸다. 지난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1년 만에 승진한 데 이어 대표이사까지 맡게 되면서, 이례적인 ‘스피드 승진’ 사례로 꼽힌다. 일본 유통기업과의 협업이 많은 사업 특성상 일본어에 능통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거론된다.

이와 달리 롯데그룹의 모태이자 식품 계열사인 롯데웰푸드는 상반된 인사 기조를 보였다. 롯데웰푸드는 서정호 혁신추진단장(부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하며 2회 연속 외부 출신 인사를 수장으로 세웠다. 그룹 내에서 보수적인 조직문화가 강했던 식품 부문에서 외부 인사를 연이어 선임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식품업계 전반의 내수 정체를 돌파하고 미래 성장 동력인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다. 롯데웰푸드가 2028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5% 이상으로 확대하는 중장기 목표를 세운 만큼, 보수적인 조직 문화를 깨고 외부의 혁신 역량과 글로벌 감각을 지속적으로 수혈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인사라는 분석이다. 서 내정자는 지난 7월 외부에서 영입된 이후 전사 경영진단과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BT) 작업을 총괄해 왔다. 앞으로는 해외 사업 구조조정과 투자 우선순위 조정, 글로벌 브랜드 전략 수립 등이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롯데맨 '구원투수'들이 침체된 유통 사업을 빠르게 회복시키고, 외부 인재가 주도하는 롯데웰푸드의 글로벌 혁신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롯데그룹의 새로운 리더십 향방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황효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oju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