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NDC 상향안은 국제사회에 우리의 탄소중립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1990년 또는 2000년대에 이미 배출 정점에 도달하여 더 오랜 기간 배출량을 줄여온 기후선진국들에 비해 2018년에 배출 정점을 기록한 우리 입장에서는 훨씬 가파른 비율로 온실가스를 줄여나가야 하기 때문에 감축 속도 면에서 상당히 빠르고 매우 도전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40% 감축안은 정부가 과거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출했던 목표치 26.3%보다,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35%보다는 높은 수치다. 정부는 이번 안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여전히 턱없이 낮은 목표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이상을 감축해야 한다고 권고해왔다.
녹색연합도 성명을 내고 "터무니없는 목표치를 제시하고도 정부 측의 평가는 자화자찬 일색"이라며 "2018년 대비 40% 감축 목표는 매우 도전적이며,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를 반영한다는 수사는 아무 소용없다.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절반 이상 감축하지 못하는 목표로는 2050년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8일 탄소중립위원회의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최종안 발표에 대해 경제·산업계 요청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우려를 표했다. 전경련은 이번 최종안은 지난 8일 공개된 초안과 전체 감축목표와 산업부문 감축목표가 동일하다며, 기존 목표인 2018년 대비 26.3% 감축에서 13.7%p가 높아진 것으로 50% 이상 상향된 셈이며, 산업 부문 감축목표는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경제계와 산업계는 2030년까지 우리나라 산업생산의 지속적 증가가 예상되고, 우리 산업의 에너지 효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획기적인 탄소감축 기술 도입이 어려운 점 등을 제시하며 목표치 조정을 요청했으나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의 온실가스 40% 감축안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려면 경제계·산업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데, 경제·산업계가 감축 시행 전부터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어서 감축안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걱정이 된다.
정부는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 선진국과 환경단체 및 전문가 일부는 우리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낮다고 주장한다. 재계와 산업계에서는 감축목표가 너무 높다고 주장한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민관협력이 절실한데, 정부가 민간과 협의 없이 목표를 설정하고 확정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정부는 탄소중립위 최종안을 그대로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켜 밀어부칠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탄소중립위원회보다 기능 등이 확대된 국가ESG위원회(위원장: 총리 또는 총리급)와 같은 ESG 추진 범부처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탄소중립위보다 규모 등을 확대한 이 ESG 추진 조직은 이번 정부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하다가 내년 정부조직 개편시 법제화해서 중장기적으로 탄소중립과 ESG 추진을 총괄 조정해야 한다.
문형남 국가ESG연구원 원장(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