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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0조 캐나다 잠수함 사업, 독일이 챘다…獨 방산주 12.9% 폭등 ‘축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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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0조 캐나다 잠수함 사업, 독일이 챘다…獨 방산주 12.9% 폭등 ‘축포’

카니 총리 오늘 공식 낙점, 한화오션 폴란드 이어 대서양 벽 앞 2연패
“NATO 상호운용성 최우선” 동맹 장벽에 막혀… ‘본계약 결렬’ 좁은 문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오른쪽)와 올리버 부르카르트(Oliver Burkhard) TKMS 최고경영자(가운데)가 지난해 8월 독일 킬 조선소를 함께 둘러보고 있다. 이 방문은 이번 낙점의 예고편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캐나디안 프레스이미지 확대보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오른쪽)와 올리버 부르카르트(Oliver Burkhard) TKMS 최고경영자(가운데)가 지난해 8월 독일 킬 조선소를 함께 둘러보고 있다. 이 방문은 이번 낙점의 예고편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캐나디안 프레스

대한민국 방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서방 영해 진출 도전으로 기대를 모았던 총 사업비 120조 원(생애주기 비용 포함) 규모의 캐나다 차기 잠수함 조달 사업(CPSP)이 결국 독일의 ‘독식’과 한국의 탈락이라는 뼈아픈 고배로 막을 내렸다.

캐나다 유력지 글로브 앤 메일은 6일(현지 시각) “마크 카니 총리가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서 노후 잠수함 대체 사업의 최종 승자로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스(TKMS)를 공식 낙점했다”고 보도했다. 한화오션은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프로젝트 비버’를 가동, 캐나다 현지 철강사(알고마) 투자 등 141조 원에 달하는 파격적 산업협력 패키지를 던지며 전방위 압박을 폈으나 유럽 진영의 끈끈한 ‘나토(NATO) 상호운용성’ 장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폴란드 오르카 사업에 이어 대서양 벽 앞에서 ‘유럽 2연패’를 당한 K-방산의 서방 잠수함 수출 로드맵은 전면적인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본계약 체결 전까지 수년의 협상 기간이 남은 만큼, 독일-캐나다 간의 분쟁 변수를 노린 ‘역전 시나리오’의 좁은 문을 두드려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TKMS는 노르웨이와 컨소시엄을 이뤄 응찰했다. 캐나다·독일·노르웨이 3국이 모두 NATO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사실상 '동맹의 이름으로 봉인된 계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한화오션의 모국인 한국은 NATO 비회원국이라는 지경학적 한계를 끝내 넘지 못했다.

자본시장이 먼저 인증한 세대적 결단


캐나다 정부의 공식 발표에 앞서 낙점 소식이 새어나가자 자본시장이 먼저 반응했다. TKMS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12.9% 폭등하며 약 4개월 만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잠수함 본체 200억~300억 캐나다달러(약 30조~45조원)에 30년 운용·정비·성능 개량 400억~500억 캐나다달러(약 60조~75조원)를 얹은 총 800억 캐나다달러(약 120조원) 규모의 초장기 매출이 확정됐다는 시장의 판단이 즉각적인 매수 광풍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티센크루프 그룹에서 분사(스핀오프)해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한 신생 방산 기업이 반년 만에 '캐나다 잭팟'을 터뜨린 셈이다. TKMS는 현재까지 세계 20개국 해군에 잠수함을 수출해온 재래식 잠수함 분야의 절대 강자다.

캐나다 정부의 보안 관리도 이례적으로 엄격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오타와는 발표 직전 사업 실무자 일부에게 비밀유지협약(NDA) 서명을 강제했다. 한 관계자는 "조달 규모가 워낙 방대한 데다 상장 방산주 시세를 뒤흔들 수 있는 상업적 민감성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4000t급 대양형 212CD…3대양 은밀 작전의 최적해


TKMS가 캐나다에 인도할 기종은 HDW 클래스 212CD형이다. 지난 5월 27일 오타와에서 열린 캐나다 방위·안보산업협회(CADSI) 연례 무역박람회에 축소 모형이 전시되며 이목을 모았던 바로 그 모델이다. 기존 212A형(수중 배수량 2500t)을 4000t급 대양형(Ocean-Going)으로 대형화한 차세대 재래식 잠수함으로, 리튬이온 전지 기반 신형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저(低)신호 스텔스 설계가 강점이다. 대서양·태평양·북극해 3대양을 아우르는 캐나다 해군의 방대한 작전 반경에 최적화된 설계가 결정타였다.

반면 고배를 마신 한화오션의 KSS-Ⅲ 배치-Ⅱ는 수중 배수량 3600t급에 6개의 수직발사관(VLS)을 갖춰 잠대지 순항미사일 운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무장 탑재량과 확장성에서는 KSS-Ⅲ가 우위였다는 것이 세계 방산업계의 중평이었으나, 캐나다 해군의 최종 잣대는 '조용함'과 '북극 운용성'에 무게가 실렸다.

캐나다 정부는 사업 초기부터 "두 후보 기종 모두 해군의 작전 요구를 충족한다"며 심사 기준을 '자국 산업협력(Industrial Benefit)'과 '지경학적 정렬'로 명시했다. TKMS는 캐나다 국내총생산(GDP) 기여 규모 1150억 캐나다달러(약 172조원)와 65만 명 고용 창출을 약속했고, 초도함 4척을 2036년까지 독일 킬(Kiel) 조선소에서 건조·인도하는 시간표도 함께 내놨다. 이후 물량은 캐나다 현지에서 완전 국산화 방식으로 건조하는 기술이전 로드맵도 제시했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이 2400억 유로(약 360조원) 규모로 추진하는 '유럽안보행동(SAFE)' 방산 공동조달 프로그램에 캐나다가 유일한 非EU 참여국으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마지막 쐐기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과 미국의 NATO 이탈 조짐 속에, 캐나다가 '탈미국·친유럽' 방산 벨트에 편승하는 전략적 선회를 사실상 공식화한 셈이다.

한화오션 유럽 2연패…발트해·대서양 '獨·스웨덴 벽' 확인


이번 결과의 진짜 뇌관은 한화오션이 유럽 2대 잠수함 사업에서 연속으로 좌초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폴란드는 오르카 사업(3척)의 사업자로 스웨덴 사브의 A26 블레킹에급을 낙점했고, 지난달 29일 총 48억3000만 달러(약 7조2000억원) 규모의 본계약까지 체결했다. 당시 경쟁 구도에서 한화오션은 TKMS·프랑스 나발그룹·이탈리아 핀칸티에리·스페인 나반티아와 함께 도산안창호급(KSS-Ⅲ 배치-Ⅰ)을 앞세워 총력전을 폈으나 발트해 특화 설계라는 스웨덴의 지역 적합성 논리에 밀렸다.

두 사업의 공통분모는 뚜렷하다. 첫째, 최종 승자는 모두 유럽 NATO 국가였다. 둘째, 심사의 결정 잣대는 '기술 성능'보다 '지경학적 정렬'과 '해역 특화성'이었다. 셋째, 한화오션은 각각 알고마 철강(캐나다)과 그디니아 조선소(폴란드) 등 파격적 산업협력 카드를 제시했음에도 최종 관문에서 무너졌다.

한화오션이 캐나다에 제시한 승부수는 대담했다. 지난 1월 온타리오주 알고마 철강에 2억 달러(약 3000억원)를 투자해 형강 생산라인을 신설하고, 5000만 달러(약 750억원) 상당의 강재를 잠수함 건조에 되사주겠다는 이례적 카드였다. 지난 5월에는 실물 KSS-Ⅲ 잠수함을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이스퀴몰트 해군기지에 파견해 성능을 직접 시연했다. 여기에 '프로젝트 비버(Project Beaver)'라는 이름으로 현대자동차의 캐나다 내 수소 화물트럭 생산(2030년 착수), 캐나다자동차부품제조업협회(APMA)와의 군용 차량 합작 계획까지 얹었다. 한국 방산·완성차·소재 산업이 총출동한 '올코트 프레스'였지만, 지정학의 벽 앞에서 무너졌다.

캐나다 칼턴대 필리프 라가세(Philippe Lagassé) 교수는 "한국의 공개 캠페인은 통상적인 캐나다 방산 조달에서 볼 수 없었을 정도로 가시적이고 공격적이었다"며 "그만큼 캐나다 시장, 그것도 주요 NATO 동맹국의 잠수함 사업을 뚫는다는 것이 한국에는 어마어마한 의미였다"고 진단했다. TKMS의 20개국 수출 실적에 비해 한화오션의 잠수함 수출 실적이 인도네시아 한 곳에 그친다는 '레퍼런스 격차'도 최종 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5월 27일 오타와에서 열린 캐나다 방위·안보산업협회(CADSI) 연례 무역박람회에 전시된 TKMS HDW 212CD형 잠수함 축소 모형. 대양형 4000t급으로 개량된 최신 설계가 특징이다. 사진=캐나디안 프레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5월 27일 오타와에서 열린 캐나다 방위·안보산업협회(CADSI) 연례 무역박람회에 전시된 TKMS HDW 212CD형 잠수함 축소 모형. 대양형 4000t급으로 개량된 최신 설계가 특징이다. 사진=캐나디안 프레스


발트해에서 북극해까지…獨·스웨덴 '북방 잠수함 축' 완성


이번 결정으로 유럽 재래식 잠수함 지도는 근본적으로 재편됐다. 폴란드가 스웨덴 A26으로 발트해 남안(南岸)을, 캐나다가 독일 212CD형으로 대서양·북극해를 각각 담당하게 되면서, 노르웨이·독일·스웨덴·폴란드·캐나다를 잇는 '북방 서방 잠수함 축'이 사실상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노르웨이는 이미 212CD형 4척 도입을 결정한 상태이고, 독일 해군도 자국 함대에 6척을 배치한다. 캐나다 몫 12척이 더해지면 212CD형 하나만 22척이 NATO 북방 해역에 동시 전개되는 셈이다. 정비·훈련·부품 공급망을 공유하는 초대형 '동종함 클러스터'가 형성되면서, 이 지역에서의 러시아 잠수함 활동은 사실상 촘촘한 감시망에 갇히게 된다. NATO 사무국 관계자가 최근 브뤼셀에서 "발트해는 이미 NATO 잠수함으로 가득한 호수(a lake full of NATO submarines)가 됐다"고 밝힌 배경이다. 한국 KSS-Ⅲ가 이 촘촘한 서방 표준화 네트워크와 어떻게 상호운용성을 확보할지가 향후 K-잠수함 수출 전략의 가장 어려운 숙제로 떠올랐다.

'역전 시나리오'의 좁은 문…협상 결렬에 마지막 기대


한 가닥 희망은 남아 있다. 이번 발표는 어디까지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본계약까지는 통상 수년의 협상 기간이 필요하다. 대형 방산 조달 특유의 지연도 상수(常數)다. 이날 발표에서도 캐나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본계약 협상 과정에서 여러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폴란드 사례가 방증한다. 폴란드는 지난해 11월 스웨덴 A26을 낙점한 뒤에도 산업협력 조건을 둘러싸고 7개월간 협상이 교착됐고, 6월 말 계약 체결 시점에는 총액이 당초 예상치(약 25억 달러)의 두 배 가까이 불어난 48억 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사브가 지금까지 자국 스웨덴 해군에도 단 두 척밖에 인도하지 못하는 등 A26 계보의 잦은 지연·비용 초과 이력을 감안하면 캐나다·독일 협상 역시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라가세 교수도 "캐나다 측이 더 나은 조건을 뽑아내려 할 경우, 독일-한국의 경쟁 구도가 재점화될 여지는 남아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한화오션과 정부로서는 남은 협상 기간이 사실상 마지막 '역전 골든타임'인 셈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캐나다 국내 정치다. 카니 총리가 이번 결정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과 미국산 F-35 도입 재검토 논란 속에 '탈미국 자립 노선'을 상징적으로 못 박은 만큼, 워싱턴 조야의 반발이 향후 본계약 협상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