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국가 탄소중립 추진 과정에 있어서 중추 중앙부서다.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은 4대 부문(2018년 기준)은 에너지 전환(37.0%), 산업(35.8%), 수송(13.4%), 건물(7.1%)부문으로 총배출량 7억2760만 톤의 93.4%를 차지한다. 이중 국토교통부 소관은 수송과 건물 부문으로 총배출량의 20.5%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국토교통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은 기본이 안 되어 있다. 로드맵이란 목적지를 가기 위해서 경유지들이 있어야 한다. 어디를 언제까지 어떻게 가는지가 명확히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국토교통 탄소중립 로드맵'은 로드맵이 갖추어야 할 ABC가 없다.
이 로드맵에는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중기(2025년) 감축 목표치와 매년 감축 목표치가 명시되어야 있어야 하나, 전혀 없다. 또한, 이 로드맵 '계획수준' 항에서 기간을 단기(~2025), 중기(2025~2035), 장기(2035~2050)으로 설정하고 있다. 2030년 NDC 목표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2030년을 기준점으로 하여 중기를 2025~2030, 장기를 2030~2050으로 변경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로드맵은 탄소중립을 목표하고 있다기보다는 기존의 에너지 관련 사업들을 열거하고 있는 정도이다. 그동안 국토부가 추진했던 녹색건축, 건물에너지효율등급, 제로에너지건축, 그린리모델링 사업 등을 정리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 사업들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탄소 중립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누락되어 있다.
덧붙여서, 이 로드맵에서 건물 부문에 건물시공산업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9년 건물과 시공 부문의 최종 에너지와 탄소 배출에 대한 지구적 분담'을 발표했다. 지구촌에서 총 탄소배출량에서 건물 부문은 38%이며, 수송부문이 23%, 다른 산업부문이 32%, 기타 7%라고 발표했다. 건물 부문에서는 비주거 부문이 11%, 주거 부문이 17%, 건물시공산업(Buildings construction industry) 부문이 10%이다.
건물시공산업 부문은 철강, 시멘트, 유리 등 건물시공 재료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으로, 현재 분류에 의하면 산업부문에 속하고 있지만 간접적으로는 건물부문이다. 에너지 중심으로 만들어진 이 로드맵에는 건물 재료를 다루는 건물시공산업 부문이 없다. 이 로드맵에서 건물 부문에서 직접 탄소배출량(화석에너지)과 간접 탄소배출량(전기에너지)을 분리하여 합산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건물시공산업 부문도 간접 탄소배출량으로 건물부문으로 관리하는 것이 탄소감축 정책에서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건물 재료의 탄소배출량 감축은 건축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이루어지고, 이를 관장하는 부처가 국토교통부이기 때문이다.
2030년 NDC 40% 달성 과정에서, 선봉대 역할을 해야 할 중앙 정부가 과연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지, 심히 의심이 간다. 부끄럽게도, '국토교통 탄소중립 로드맵'은 로드맵이 아니고, 에너지정책 브리핑이다. 의도적이지 않았다면, 국가 탄소중립 과정에서 핵심적 책임을 지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이영한 지속가능과학회 회장(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