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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 SK, 쌓여져 가는 자사주 소각 의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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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 SK, 쌓여져 가는 자사주 소각 의지 있나?

자사주 지난해말 지분 24.35%로 최태원 회장 6.85%p 많아…자사주 매입 늘고 있으나 소각에 대한 명백한 방침 밝히지 않아, 오너가 위해 자사주 보유한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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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로벌이코노믹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 내 자사주는 쌓여져 가고 있지만 회사 측의 주식 소각 의지는 불투명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SK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된 지난달 29일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성형 재무부문장(CFO)은 이날 “기업공개(IPO) 등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한 이익을 재원으로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라며 “자사주 소각도 주주환원의 한 옵션으로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SK의 지난달 29일 종가는 자사주 매입 계획 등에 힘입어 6000원(2.49%) 오른 24만6500원으로 반짝 올랐으나 이후 내림세를 보이며 4월 1일엔 28일의 종가인 24만500원에 비해 1000원 오른 24만1500원 수준으로 내려 앉았습니다.

SK의 자사주 매입 계획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한 이익을 재원으로 한다는 데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SK가 자회사 등을 IPO 하게 되면 모회사는 이중 상장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큰 데 비해 자사주 매입만으로는 주가하락을 막기에 힘이 달릴 수도 있습니다.

LG화학의 경우 물적분할 한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서 모회사인 LG화학은 고점 대비 50% 넘게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SK가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경우 SK의 시가총액은 4월 1일 종가 기준 17조9071억원 규모이며 자사주 매입에는 시가총액의 1%인 1791억원 이상이 투입된다는 구조입니다.
SK가 자사주를 매입하더라도 자사주 소각에 대해 명백한 방침을 밝히지 않고 있어 자사주 매입이 일반 주주가 아닌 오너가를 위한 자사주 매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성형 CFO가 자사주 소각도 주주환원의 한 옵션으로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자사주 매입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소각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는데 주식 소각을 전제로 한 자사주 매입이며 신한금융지주의 주가는 코스피에 비해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SK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에 대해서도 소각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SK의 지난해 말 현재 자사주는 1805만8562주(지분 24.35%)에 이르고 있고 최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주식 1297만5472주(지분 17.50%)보다 508만3090주(지분 6.85%) 많습니다.

SK는 최태원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지난해 말 26.69%의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경영권을 무난하게 장악하고 있는 데는 막대한 자사주 지분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사주는 의결 정족수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자사주가 많을수록 오너가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자사주를 전량 소각해도 마찬가지로 오너가의 지분이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SK는 최태원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26.69%를 갖고 있지만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면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35.28% 수준으로 오르게 됩니다.

기업들은 통상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주주환원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주식 소각이 뒤따르지 않는 자사주 매입은 오너가를 위한 ‘보호장치’으로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의 잉여 현금을 사용해 유통주식수를 줄이는 것입니다. 회사의 잉여 현금은 배당 등을 통해서도 주주들에게 환원할 수 있습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회사 측이 자사주를 우군에 매각할 경우 우호지분을 늘릴 수 있고 이때에는 유통주식수는 또다시 늘어나게 됩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899만주를 KCC에 매각하면서 우호지분을 확보한 바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이 주주환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작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활용되는 현상은 자사주 매입에 소각을 전제로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자사주 소각이 동반된 자사주 매입은 배당보다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이 됩니다. 배당에는 세금이 뒤따르지만 자사주 소각으로 인한 주가 상승은 과세에서 제외됩니다.

SK그룹은 SK텔레콤을 인적분할 할 때 발행주식 총수의 10.8%에 달하는 자사주 869만주를 소각한 바 있습니다. 사실상 자사주 전량을 소각한 셈입니다.

SK의 자사주는 2014년 말 600만주에 불과했으나 2015년 말에는 1453만5940주로 급격하게 불어났습니다. SK C&C가 2015년 8월 SK를 흡수합병하면서 자사주가 늘었고 SK C&C는 회사명을 SK로 변경했습니다.

SK는 2019년 또다시 자사주 매입으로 보유 주식수를 늘렸고 지난해 말 발행주식 총수의 24.35%에 이르는 1805만8562주에 달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SK가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는 데 대해 오너가를 위한 자사주 매입이라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SK의 장동현 대표는 지난 2020년 3월 29일 열린 정기주주총회 직후 열린 투자자 간담회에서 당시 26만원대 였던 SK의 주가를 2025년에 200만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公言)했습니다.

SK의 주가는 1년이 지난 요즈음 장 대표가 공언한 당시보다 2만원 가량 떨어진 24만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SK가 진정한 주주환원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려면 무엇보다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규모의 자사주 소각이 시급합니다.

일각에서는 장 대표의 2025년에 주당 200만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언은 매출과 이익의 획기적인 증대나 주식 소각과 같은 조치가 없이는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으로 전락하면서 투자자들을 더욱 실망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대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kimd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