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탐방 유튜브에서 시골 농촌에 있는 제대로 건축된 한옥들이 폐가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다. 자식들은 도시에서 살고, 고향 집을 지키던 부모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집은 폐가가 된다. 자식들이 가끔은 내려와서 고향 집과 동네를 보살피고 옛정을 회상할 수도 있으련만!
최근에 ‘인구감소지역’이란 용어가 생겼다. 2021년 10월에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근거하여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이 우려되는 시‧군‧구에 지정되는 ‘인구감소지역’으로 비수도권 지역 89곳을 지정했다. 여기에는 부산의 3구와 대구의 2구도 포함되어 있어, 지방 인구 감소는 비도시 지역뿐만 아니라 도시 지역에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사회 현상이 되고 있다.
첫째, 지방 소멸 해법의 첫 단추는 빈집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빈집은 곧 사람이 없는 것이다. 빈집의 비중은 바로 지역 쇠퇴도의 바로미터다. 빈집에 사람들이 찾아오면 그 지역은 회복된다. 빈집의 철거는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빈집에 사람이 살거나 체류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를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지방 소멸 비도시 지역의 주택을 소유한 1가구 2주택자에 대해서는 세제 중과나 금융규제 면제 등을 전향적으로 서둘러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독일에서 시행 중인 복수 주소제나 일본에서 시행 중인 2지역 거주 시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한국 현실에 맞게 재설계하여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자식들은 고향 집을 소유할 수도 있고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주말에 고향에 체류할 수 있고 거주민이 되어 커뮤니티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타인이 빈집을 살 수도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럴 때 지방 부활의 첫 단추가 끼워졌다고 볼 수 있다.
둘째, 2050 탄소중립 시대에 대응하여 전국적인 범위로 탄소중립 시범도시나 마을 조성에 집중 투자하고 지원해야 한다. 2050 탄소 중립의 기준은 총배출량이 아니라 순배출량이다. 탄소 배출량과 탄소 흡수량이 같아지는 것이 탄소중립의 목표이다. 비도시권인 인구 소멸 지역에는 산이나, 녹지, 늪, 물 등 탄소 흡수원이 풍부하고 흡수원의 확장이 가능하다. 탄소 중립에 유리하다는 말이다. 마을 단위로 바람이나 태양광을 이용한 소규모의 분산형 재생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 더 혁신적으로는 탄소중립 콤팩트 시티를 조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도시는 소멸 지역 재생안으로 보행권 내에 집과 일자리 그리고 커뮤니티 시설 및 문화, 의료, 상업, 교육 시설 등 지원 시설을 집약하고, 녹지를 충분히 조성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주택이나 시설들이 사라질 수 있다.
셋째, 실용적이지 못하고 오직 정치적 목적으로 접근할 경우, 그 피해는 막대하다는 것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현직 행안부 장관이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에 대기업 3~5곳과 주요 대학, 특수 목적고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왜 행안부 장관이 나서서 이런 큰 이슈에 대해 발언했는지? 타당성 분석을 제대로 했는지? 궁금하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식의, 기관의 인위적인 지방 이전 방식이 과연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성공할 수 있을까?
미래 도시는 집과 일자리, 서비스가 융합된 공간이며 복합 생태계로 진화 중이다. 기관의 인위적 지방 이전은 이미 1960년대나 1970년대에 효험이 있는 대안이었다. 과연 21세기에 가능한 해법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이영한 지속가능과학회장,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