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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발 금융위기 덮치나 조마조마…일부 캐피탈·증권·건설사 집중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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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발 금융위기 덮치나 조마조마…일부 캐피탈·증권·건설사 집중 점검

부실 우려 고개…신용평가사들 “경기 둔화 땐 더 악화”
전문가들 “부동산 PF에 취약한 업체 구조조정 불가피”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고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까지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며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금융 전문가들은 전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 국내에서 부동산 PF에 취약한 2금융권 중소형 금융회사와 건설사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 만에 부동산 관련 부채에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일부 캐피탈사와 증권사에 대해 재무 안정성을 집중 모니터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9일 금융투자업계와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미분양 증가 등 부동산시장 한파에 금융시장 불안과 고금리, 경기 침체 등 악재가 한꺼번에 덮치며 시장 전반이 불안해 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내 주택시장이 가격 하락과 미분양 물량 증가로 경착륙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해외 은행의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과 금리 위험 관리 실패 등으로 금융 불안과 경기 둔화가 현실화하면 국내 주택시장 경기가 더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SVB, 크레디트스위스 등 해외 은행 문제로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불확실성이 우리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면 약한 고리인 부동산 PF와 가계부채 등 부동산을 둘러싼 부채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PF 우발채무는 부동산 경기 불황기에 금융시장이 경색되면 개별 프로젝트 사업성과 무관하게 차환 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 유동성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제2금융권 부동산 PF 금융 위험노출액이 200조 원이 넘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집계한 비은행권 부동산 PF 금융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작년 6월 말 기준 191조7000억 원 규모로 2018년 말(94조5000억 원)의 두 배가 넘는다. 연구원은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은 대출, 지급보증, 유동화증권 등을 합산한 것으로 작년 말까지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에선 부동산 경기 불황에 전 세계 금융 불안이 확산하면 부동산 PF 위험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일부 금융권역과 건설사들을 주시하고 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신 선임연구위원은 "지방과 비주거용, 신용도가 낮은 지방의 저축은행, 캐피탈 등 2금융기관, 중소 건설사, 브릿지론 등 중심으로 위험이 크다"며 "일부는 이미 구조조정 과정에 진입했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어나는 급격한 유동화시장 경색과 부동산시장 불황에 따른 부외 부채위험은 건설사에서 증권사로 다소 전이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증권사가 보유한 부동산 PF 대출 관련 우발채무는 작년 말 기준 20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매입 확약'이 19조6000억 원으로 전체의 94.2%를 차지했다.

권신애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증권, 캐피탈, 부동산신탁, 저축은행 등은 부동산 경기 민감도가 높은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들 금융업권의 신용등급 방향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개별 사업장의 분양 저하와 공사 중단에 따라 신용도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 1월 7만5359호로 2012년 11월(7만6319호)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지난 16일 저축은행, 증권, 부동산신탁 등 업종 전망을 비우호적으로 제시했다. 저축은행은 브릿지론, 부동산 PF의 자기자본 대비 비중이 각각 100%를 초과하거나 합산 기준이 200%를 넘는 곳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한신평은 증권사에 대해서도 부동산금융 건전성이 악화하면 자본 적정성과 유동성 위험이 모두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재무 안정성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용평가사들에 따르면 일부 건설사의 재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높고 수익 창출력이 약해진 건설사를 중심으로 분양 성과와 PF 우발채무를 주시하면서 현금흐름을 중점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