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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동맹 흔들기’에 달러 ‘기축통화 위상’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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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동맹 흔들기’에 달러 ‘기축통화 위상’도 흔들

미국 달러 지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달러 지폐. 사진=로이터
미국이 동맹국과의 무역 질서를 재편하고 국제기구의 독립성을 훼손하며 부채를 급격히 늘리는 가운데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하버드대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최근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세계가 이미 달러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런 변화는 갑작스럽게 일어나진 않겠지만 이제는 불가역적인 흐름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경제학자로 최근 ‘우리의 달러, 당신의 문제(Our Dollar, Your Problem)’라는 저서를 최근 출간했다.

로고프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중심에 서며 달러의 ‘과도한 특권’을 누려왔다. 인도네시아와 한국 기업 간 거래, 중동 산유국의 흑자 자금 운용 등 대부분이 달러로 이뤄졌고 미국 은행 시스템을 통한 자금 이체는 사실상 글로벌 표준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럽과 중국이 자국 통화인 유로와 위안화를 무역 결제 수단으로 확장하려는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로고프 교수는 “트럼프가 집권하지 않았더라도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당선됐다면 5~7년의 시간차를 두고 유사한 흐름이 전개됐을 것”이라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산 동결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면서, 중국은 이를 계기로 외환보유고 다변화와 자국 통화의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고프는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 국가는 러시아와 북한만이 아니다”며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대부분 국가들도 미국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일부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달러 지위 유지에 따른 ‘부담’을 강조하고 있다. 백악관 수석 경제자문 스티브 미란은 최근 “금융 지배는 우리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며 “달러 수요는 미국 금리를 낮추지만, 동시에 환율 왜곡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로고프 교수는 “달러 기축통화 지위는 단지 금리를 낮추는 효과뿐 아니라 위기 시 미국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처럼 전 세계가 미국의 재정 여력을 부러워할 정도”라고 반박했다. 또 “미국이 글로벌 금융 흐름을 통제하면서 테러 대응, 정보 수집, 군사 개입 없는 제재 수단 확보 등 국가 안보에도 큰 이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수십 년간 반복됐던 ‘달러 위기설’이 이번에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