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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가격 '닷컴 버블 수준' 급락…유동성 위기 재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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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가격 '닷컴 버블 수준' 급락…유동성 위기 재발 우려

미국 국채 가격 2020년 3월 고점 대비 46% 하락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사진은 월스트리트 표지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사진은 월스트리트 표지판. 사진=로이터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국채 금리가 상승(국채 가격 하락)하면서 은행 유동성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국채 가격이 2020년 3월 고점 대비 46% 하락했는데, 이는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 당시 손실률에 근접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올해 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바 있어, 최근 금리 상승으로 미국 중소은행들의 추가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마켓인사이더에 따르면 10년물 미국 국채 가격은 2020년 3월 고점 대비 46% 하락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로 미국 주식이 49% 폭락했을 당시 손실률에 근접한 수준이다.

시장에서 예상보다 고금리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국채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연준은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연말까지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어 쉽게 금리 인하로 전환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내년 말 금리가 5% 이상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7~9월 미국 장기물 국채금리는 0.74% 상승했다. 30년 만기 국채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돌파했다.

미국의 억만장자이자 헤지펀드계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 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 CEO는 30년물 국채 금리가 5% 중반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실질금리 상승이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고하지만 약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10년물 국채 금리도 곧 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10년물 국채 금리가 5%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소시에테제네랄은 "10년물 국채 금리가 5%까지 상승할지, 아니면 4.5%까지 하락할지는 고용지표와 다음 주 발표되는 인플레이션 수치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국채 금리 상승이 금융시스템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인해 올해 초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고 미국 중소은행들이 부실화된 바 있다. 9월 장기물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인해 금융시장에 더 광범위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데이비드 레보비츠 JP모건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미국 경제가 급격한 금리 상승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채권 금리가 계속 상승한다면 결국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계속 상승하면 결국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연준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여 년 만에 최고치로 오른 채권 금리가 기업과 소비자들의 금융비용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연준의 추가 인상 없이 경기를 둔화시키고 물가를 낮출 수 있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미 국채 금리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FOMC 이후 약 0.36%포인트 상승한 국채 금리는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달러는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달러 수요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가치가 상승한다.

달러인덱스는 1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때 11개월 만에 최고치인 107.34를 기록하기도 했다.

로드리고 카트릴 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 은행 수석 외환전략가는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는 현재 미국의 긍정적인 경제지표 발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지표 발표에 따라 시장이 급격하게 변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채 금리는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9월 캐나다 10년물 국채 금리도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독일, 호주, 뉴질랜드 역시 2011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한국은행도 대외 여건 불확실성에 우려를 표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연준의 고금리 기조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채권 금리가 상당 폭 상승하고 국제유가도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높다"고 밝혔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