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료·보험사기 활개치면서 제 3의료기관에 청구심사
의료자문 이후 ‘미지급·일부지급’ 늘자 소비자 소송도 급증
전문가, “생보사 자문 인력풀, 공정성·객관성 부족” 개선 요구
의료자문 이후 ‘미지급·일부지급’ 늘자 소비자 소송도 급증
전문가, “생보사 자문 인력풀, 공정성·객관성 부족” 개선 요구

특히 과잉진료나 보험사기 등이 활개치면서 최근까지도 보험사들은 의료자문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실손의료보험의 약관에서 불명확하고, 독립적인 의료자문 인력풀 구성도 쉽지 않아 보험 분쟁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4일 생명보험협회 공시를 보면 작년 상반기 기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보사 21개사의 의료자문실시건수는 총 6984건으로 집계됐다. 의료자문건수는 매년 적게는 1만 건에서 많게는 2만건 가까이 발생하고 있는데, 생보협회가 집계를 시작한 2019년 이후부터 증가세가 뚜렷하다. 2019년 하반기 당시 1만797건에 그쳤던 의료자문 건수는 2020년, 1만9582건으로 급증한 이후, 2021년 1만7080건, 2022년 1만4910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의료자문의 위력은 막강하다. 의료자문 실시 이후 해당 건수 절반 이상이 미지급되거나 일부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자문실시건수 대비 부지급(미지급)·일부 지급률은 2019년 55%에서 2020년 59%, 2021년 60%, 2022년 65%, 작년 상반기 71%로 급증했다.
의료자문의 활용도를 보면 가입자가 많은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빅3 보험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삼성생명은 작년 상반기 기준 보험금 청구가 접수된 2005건에 대한 의료자문을 실시해 399건에 대해선 주지 않았고, 1133건은 일부만 줬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의료자문을 실시한 1248건과 1114건 중 각각 313건, 283건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일부지급한 건수는 한화생명이 475건, 교보생명이 527건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한 소송도 매년 1만 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재호 의원실에 따르면 보험금 지급을 두고 소비자와 보험사가 소송은 하는 사례는 최근 2년간 5만 건을 넘어섰다. 보험금 지급 관련 소송은 매년 1만 건 이상 발생하는 추세다.
보험사들이 법적분쟁을 감수하고 의료자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배경은 최근 실손의료보험 적자와도 관련이 깊다. 작년 1월부터 백내장 수술 관련 실손보험금 청구가 급증하면서 적자 규모가 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의 실손보험 적자는 2018년 1조1965억 원, 2019년 2조5133억 원, 2020년 2조5009억 원, 2021년 2조8580억 원, 2022년 1조5300억 원으로 매년 2조 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의료자문제도가 되레 소비자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는 건 아닌지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험약관에 명시된 실손보험금 지급기준은 모호한 측면이 많다. 사전적인 보험금 지급심사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실손보험에서 백내장의 경우 2016년 1월 이후 약관은 시력교정술(다초점렌즈 비용)은 보상하지 않는다. 백내장수술의 치료목적 여부는 실제 백내장인지 아닌지가 중요한데, 판별이 쉽지 않다. 의사들이 2016년 1월 이전 계약을 보유한 환자에게 백내장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수술이 불필요한 경우에도 시력교정술을 권유할 수 있다.
같은 질환이더라도 회사별로 보험금 심사가 제각각이라는 것도 문제다. 보험금 지급심사 시 업계에서 공유되는 의학적 가이드라인이 부재함에 따라, 각 보험사별로 자문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활용한다. 의학세미나, 전문의학회 등에서 제시하는 가이드 라인이 있으면 활용하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자체 가이드에 의존해 표준약관에 따른 동일 보장 항목에 대해서도 보험금 지급 결정이 회사마다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보험금 지급기준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낮아지면서 보험분쟁을 촉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의료자문제도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의료자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독립적인 자문의 인력풀 구성이 쉽지 않아 의료자문의 공정성·객관성 보장이 어렵다는 점”이라면서 “의료자문제도가 보험금 거절·삭감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소비자 우려를 키우고, 관련 분쟁을 증가시키는 주된 요인이 된다. 보험사의 의료자문과 보험금 지급 결정과 관련해 적정성을 판단해줄 기관도 없다 보니 소비자 신뢰가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