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핀테크 수난①] “차라리 팔겠다”…밖에선 ‘혁신금융’ 안에선 ‘경영난’

공유
0

[핀테크 수난①] “차라리 팔겠다”…밖에선 ‘혁신금융’ 안에선 ‘경영난’

스타트업 146개사 ‘폐업’…고금리·경기침체에 투자 유치 ‘뚝’
마땅한 수익 없는 상황에서 ‘투자금’이 유일한 생존 수단
“직원들 월급 챙기기도 빠듯”…일부 매각이나 M&A 돌파구

핀테크 업계에서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폐업하거나 개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사진=카카오뱅크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핀테크 업계에서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폐업하거나 개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사진=카카오뱅크 제공
경영난에 시달리는 핀테크 업계에서 회사 매각, 직원 월급지급 지연 등이 속출하고 있다. 핀테크는 혁신금융으로 각광 받으며 지난 2021년까지 고성장했지만 고금리와 경기악화에 투자 가뭄을 겪고 있다.

창업 초기 핀테크 업체 사정은 더 좋지 않다. 마땅한 수익 없이 투자금으로 연명해야 하다 보니, 회사 유지도 벅차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20일 금융권과 스타트업 투자 정보 업체 더브이씨가 발표한 ‘2023 한국 스타트업 투자 브리핑’에 따르면 작년 폐업한 스타트업 수는 총 146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보다는 2.7% 감소한 수준이지만 당시 폐업 건수가 역대 최대규모인 150개사에 달했던 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폐업률이다.

특히 폐업한 스타트업 중에서는 핀테크 업체들도 적지 않다. 일부는 다른 금융사에 인수·합병(M&A) 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마이데이터·대출비교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핀테크 깃플은 최근 로보어드바이저 기업 쿼터백에 인수됐으며 ‘알다’를 운영하는 팀윙크 역시 KB캐피탈에 흡수합병 됐다.

이들은 처음 대출비교 서비스로 혁신금융을 지정받은 ‘1세대 핀테크’인데, 함께 지정된 팀윙크, 마이뱅크, 핀마트, 핀다 중 살아남은 곳은 핀다가 유일하다.

1.5금융권을 표방하며 금융권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온투업은 지난 2019년 230여개사에 달했지만 현재 53개사로 급감했다. 가장 최근에는 온투업 3위 투게더앱스가 동종업계 헬로핀테크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슈가펀딩은 작년 말 온투업 등록 7개월 만에 영업 중단 소식을 밝혔고, 작년 12월 당시 업계 7위사인 그래프펀딩의 폐업을 시작으로 올해 6월에는 비드펀딩이 영업을 종료했다.

지난 7월에는 대학생 대상 대출을 취급하는 캠퍼스펀드가 최고금리 인하 등의 규제 영향으로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개점휴업을 선언한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펀딩웨이는 지난해 2월을 마지막으로 투자 모집을 중단했고, 현재는 홈페이지가 폐쇄된 상태다. HB펀딩도 작년 5월을 마지막으로 투자 모집을 중단한 이후 휴업 상태다.
핀테크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배경은 역시 투자금 유치 문제가 크다. 창업 기업 특성상 초기에는 수익이 나지 않는데,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 의존도가 높다 보니 경기 상황에 따라 생존이 좌우되는 문제가 있다. 작년 한 해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은 95개사로 전년(322개사) 대비 77% 감소했다.

경영난이 지속하다 보니 일부 핀테크 업체의 경우 M&A를 통해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마땅한 수익이 없는 가운데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인해 추가 투자 유치가 중단하면서 누적 적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계 한 대표는 “사업비나 운영비 등 초기 경영에 필요한 자금이 많다 보니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한 상황”이라면서 “추가적인 투자 유치가 필요하지만,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투자자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