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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 비둘기파 2명 합류…금리인하 앞당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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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 비둘기파 2명 합류…금리인하 앞당길까

조윤제·서영경→이수형·김종화…매파 색채 옅어져
이창용 한은 총재 "유가 흐름이 최대 변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이미지 확대보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매파'(통화 긴축 선호)에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성향이 전환되고 있다. ‘매파'로 분류됐던 조윤제·서영경 전 위원 후임으로 '비둘기파' 2명이 합류하는 데 따른 것이다.
일각에선 한은의 통화정책이 기준금리 인하를 앞당기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중동 분쟁 등 대외 변수가 커지고 있어 섣불리 인하로 전환하기 쉽지 않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날 임기가 만료된 조윤제·서영경 위원의 후임으로 이수형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김종화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추천됐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종 임명 절차를 거쳐 다음달 23일 예정된 금통위에 정식 데뷔할 것으로 보인다.

합의제 기구인 금통위는 당연직인 이창용 한은 총재와 유상대 부총재를 비롯해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은행연합회 등 주요 경제기관에서 추천하는 금통위원 5명까지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이번에 임기가 만료된 조윤제·서영경 전 위원 각각 기재부와 대한상의의 추천으로 금통위원의 자리에 오른 만큼 후임도 같은 곳에서 추천을 받았다. 기재부는 이 교수를, 대한상의는 김 전 부총재보를 각각 추천했다.

이 후보는 1975년생으로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42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받았고, 현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 후보는 1959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한은에 입행한 뒤 국제국장, 부총재보 등 요직을 거친 한은맨이다.

이수형·김종화 후보가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어떤 성향을 띨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이들이 기존 위원들 보다 다소 비둘기파적 성향을 보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매파 색채가 유난히 강했던 조윤제 전 위원이 퇴장한 만큼 금통위 내 비둘기 색채가 짙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조 전 위원은 지난해 2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3.50%에서 동결했을 때 0.25%포인트(p)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매파로 평가받던 조윤제·서영경 위원이 퇴임함에 따라 신임 금통위원 선임은 한은의 정책 스펙트럼을 좀 더 비둘기적인 쪽으로 기울게 할 것"이라면서 "김종화 후보는 금융시장 전문성과 관심을 고려할 때 다소 비둘기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반면 이수형 후보는 데이터에 의존한 통화정책에 좀 더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금통위 내 비둘기파적 색채가 짙어지더라도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기엔 힘들 것이란 주장도 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물가 상황을 보면 금리를 언제 내릴지 보다 더 올려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면서 "최소 2년간 인플레이션 잡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만큼 금리 인상 카드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가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 금리 인하의 가장 걸림돌로 꼽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웨스틴 호텔에서 주요 20개국(G20) 동행기자단 조찬 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금리 인하를 결정할 때) 주요국 통화정책보다 유가가 어떻게 될지가 더 문제"라면서 "경제성장률 2.1%, 하반기 소비자물가 2.3% 전망 뒤에는 국제 유가가 80달러 후반에 머무른다는 전제가 있다. 유가의 평균뿐 아니라 기간도 봐야 하는데 현재는 예상보다 4~5달러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금통위원 교체로 통화정책에 정부의 입김이 강해지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조윤제·서영경 위원이 퇴임하면서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전원이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위원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이 총재의 경우 문재인 정부 임기 말에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의 동의를 받아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인 2022년 4월 21일 취임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