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과 위메프(티메프)의 정산금 지연 사태 이후 정부가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에 대한 강력 규제를 예고해 100여 개 영세 PG사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정부가 ‘제2 티메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PG업 책임을 강화하는 규제를 추진하면서 빅테크보다 영세 중소업체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NHN KCP, KG이니시스, 다날 등 주요 업체를 제외한 영세 업체들은 ‘만년 비용 부담’에 시달려 규제 강화 시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6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15일 시행을 목표로 결제시장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선 방안에는 이커머스와 PG사에 대한 규제가 포함될 것이 유력하다. 이커머스와 전자지급결제대행사에 판매대금 별도 관리를 의무화하고 PG사에 대한 인적·물적 등록요건, 자본금·외화유동성 규제 적용 등이 거론된다.
특히 정산 주기를 기존 유통업체보다 짧게 설정하고 판매대금을 제3 금융회사에서 별도 관리하는 ‘에스크로 제도’ 등의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한다는 계획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여신전문금융업권 간담회에서 “최근 지급결제 환경이 유통·금융 간 융합에 따른 비대면·다단계 결제구조 확산, 비금융사업자 진출 등으로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현재 당면한 문제에 대한 제도 개선과 근본적 제도 재설계 필요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 대책은 결제시장 개선을 통해 소비자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일각에선 중소형사 PG들을 위축시키고 일부 대기업인 빅테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한 여행예약 플랫폼 대표는 “에스크로를 플랫폼에 모두 도입하겠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그런 논의가 시작된 것만으로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생태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대표도 “일부 기업의 일탈을 전체 기업으로 확장해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정부 규제가 예고한 대로 그대로 확정될 경우, 영세 업체의 위축과 되레 빅테크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신석영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산금 유용과 긴 정산주기 방지 등의 노출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규제의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가맹점 관리 책임이 있는 PG업계는 이번 사태의 영향으로 인적·물적 요건 상향 등 운영 규제가 확대되는 만큼, 현재 100여 개에 달하는 중소형 PG사가 주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티메프 등 온라인 오픈마켓 시장은 네이버쇼핑을 비롯한 빅테크 온라인 커머스 성장으로 영향력이 크게 위축된 상황으로, 향후 빅테크 커머스로의 쏠림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티몬·위메프의 결제대금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 해법으로 전자지급결제대행사의 ‘이중분리 원칙’을 도입하자는 제안도 있다. 이커머스 사업자의 PG 겸업을 차단하고(1차 분리), PG는 고유 계정과 지급결제 계정을 나누도록 해(2차 분리), 해당 업체들이 몰래 고객 결제자금을 빼돌릴 수 없게 하자는 것이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산기한 단축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갑질 방지’가 주목적이지만 이번 사태는 시장의 작동을 위한 필수 인프라 구축과 관련한 문제”라며 “PG의 이중분리로 결제금 지급의 완결성을 보장해야 시장이 존재·발전할 수 있으며, 업체들이 티몬·위메프처럼 정산을 미룰 이유도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