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수수료는 카드 수익과도 직결해 있어, 무이자 할부나 청구할인 혜택 등 소비자 이익도 기대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가맹점수수료’를 활용해 정치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적격비용이란 카드사가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고려해 산정한 영업원가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적격비용에 마진을 더해 산정되는데, 2012년 적격비용 제도를 도입한 이후로 계속해서 떨어지기만 했다. 적격비용은 3년마다 재산출하는데 올해가 재산정 시기다. 여신업계에서는 카드수익 악화를 이유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 가맹점수수료는 더이상 카드사의 본업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수익이 악화해 있다. 2012년과 2015년, 2018년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각각 연간 3300억 원, 6700억 원, 1조4000억 원 감소했다. 카드사 전체 수익에서도 가맹점수수료 수익 비중은 매년 감소해 2018년 30.54%에서 지난해 23.20%까지 떨어졌다.
카드사들은 현재 본업인 카드 결제가 아니라 대출로 돈을 벌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전업카드사의 순이익(IFRS 기준)은 1조499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22억 원(5.8%) 증가했다. 부문별로는 카드대출수익과 할부카드수수료수익이 각각 1942억 원, 1711억 원을 기록했고, 가맹점수수료수익은 1313억 원에 그쳤다.
특히 가맹점수수료의 경우 ‘불황형 흑자’라고 강조한다. 소비자들의 카드 이용이 늘어난 탓이지 수수료 구조가 카드사에 유리하게 조성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우대가맹점 비중이 약 96%에 달해 카드수수료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 현실”이라면서 “가맹점수수료가 업계 사정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소비자 혜택을 늘릴 수도 없고, 대출 등 본업과 동떨어진 사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산업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현재 결제업을 영위하고 있는 플랫폼사, 배달앱 등은 유사사업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융당국 규제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데다 배달앱의 주요 수입원인 중개수수료율이 최대 27%에 달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맹점수수료를 두고 ‘표심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572만9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870만 명)의 약 20%를 차지한다. 섣불리 수수료 인상을 허용했다가 자영업자들이 정권에 등을 돌릴 수 있는 만큼, 여론 눈치가 우선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다른 관계자도 “다른 나라의 경우 수수료에 대해 카드사의 재량권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정부가 깊게 관여한다”면서 “자영업자들이 많은 환경에서 가맹점수수료가 표심을 흔들 수 있는 만큼, 정치화한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