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실손보험은 지난해 말 기준 3997만 명이 가입해 연간 1억 건 이상 보험금 청구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아직까진 실손 보험금을 받기 위해선 일일이 서류를 발급받아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이런 절차 불편으로 인한 미청구 금액만 3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때문에 비효율적인 서류작업을 전산을 통해 대신할 수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작년 10월 국회를 통과해 올해 본격적인 시행을 앞둔 상황이다. 이 제도가 시행하면 앞으로는 소비자가 진료를 마친 직후 의료기관에 전송을 요청하거나, 의료기관 방문 필요 없이 모바일 앱 등으로 병·의원·약국에 청구 서류 전송을 요청하면, 병·의원·약국 등 의료기관이 청구 서류를 보험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해 매우 편리해진다.
현재 EMR 업체 55개 가운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스템 구축 사업에 참여한 업체는 10여 곳에 불과하다. 이들 업체가 관리하는 병원은 542개로 전체 대상 의료기관(4235개)의 12.8% 남짓으로 추정된다. 대형 EMR 업체가 전산 시스템 구축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MR 업체들이 사업 참여를 주저하는 것은 수지타산 문제다.
전산 시스템 구축·운영 주체인 보험개발원은 사업 참여 EMR 기업에 전송 소프트웨어 개발비 1200만 원 및 병원당 설치비 10만~15만 원을 준다는 방침이지만 EMR 업체는 이 금액이 적다고 토로한다. 시스템 운영과 유지 보수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하면 전송 건당 100원의 수수료는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보험업계가 연간 100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업계는 일단은 예정대로 실손 간소화를 시행하고, EMR 업체를 설득해 점차 구축병원을 늘려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산구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이전처럼 서류 준비에 시간을 허비해 가입자들이 불편함도 여전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산구축 미흡으로 인해 실손 간소화 시행에도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병원에선 여전히 환자가 종이 영수증과 진료 내역서를 직접 마련해야 하는 불편함이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