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금리인하기 보다 인하폭·횟수 많음에도 연체율 상승

통상 금리 인하기에는 가계와 기업의 상환부담이 줄어 금융기관 대출 연체율이 하락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기는 내수경기 부진의 정도가 워낙 심해 2금융권을 중심으로 신규 연체가 계속 늘어나고 이에 따른 연체율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은이 25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금리 인하기의 초기 6개월 기준 금리 인하 폭(-0.75%포인트)과 횟수(3회)가 과거 금리인하기 보다 크고 많음에도 불구하고 연체율 개선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는 채무상환부담 완화, 실물경제 여건 개선 등으로 금융기관의 연체율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2011년 이후 금리인하기를 살펴 보면 1기(2012년 7월~2017년 10월)과 2기(2019년 7월~2021년 7월) 모두 다소 시차가 존재하지만 2금융권 연체율은 기준금리 인하 후 대체로 하락했다.
1기 금리인하기 당시인 2012년 7월 24.98%이던 저축은행권 연체율은 2013년 1월 22.79%까지 내렸다. 이 기간 상호금융권 연체율 역시 4.21%에서 4.11%로 내렸다. 2기 금리인하기에도 2019년 7월 저축은행권과 상호금융권 연체율은 각각 4.34%, 1.90%였지만 6개월 뒤인 2020년 1월 4.02%, 1.85%로 낮아졌다.
그러나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한 지난해 10월 저축은행권과 상호금융권의 연체율은 각 9.36%, 4.94%였지만 올해 3월 9.38%, 5.38%로 오히려 올랐다.
한은은 경제여건의 불확실성 확대, 경기둔화 지속 등으로 차주들의 소득여건 개선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이뤄지면서 연체율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거에도 국내외 경기둔화로 금리인하기가 시작됐으나, 이번 금리 인하기가 내수경기 부진의 정도가 가장 심하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특히 신규 연체액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면서 연체율을 오히려 끌어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상호금융권과 저축은행의 신규 연체액은 3조9000억원으로 한은의 기준금리를 내리기 전인 지난해 3월(3조8000억원) 보다 오히려 늘었다.

실제 1기 금리인하기 중에는 저축은행권과 상호금융권 연체 잔액이 각 2조7000억원, 4000억원 감소했다. 2기 때도 각 400억원, 4000억원 감소했지만 이번 금리인하기에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의 연체액이 각 400억원, 4조5000억원 늘었다.
특히 저축은행권의 경우 대출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대출문을 굳게 닫고 있는 점도 연체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과거 금리인하기에는 대체로 대출이 증가하면서 연체율 하락에 기여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대출이 감소하면서 연체율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통상 기준금리 인하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점, 대출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차주의 채무 상환부담이 차츰 완화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연체율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최근 경기둔화 등으로 개인사업자와 취약 가계차주를 중심으로 연체가 계속 늘고 있어 관련 리스크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