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형 위축되면서 보험 자금이탈
킥스비율 충족 위해 적극적 영업도 부담
킥스비율 충족 위해 적극적 영업도 부담

6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2분기 기준 전체 보험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97조4689억 원으로 은행(235조5616억 원), 증권사(112조6121억 원) 규모와 차이가 난다.
그나마 퇴직연금 적립금 1위 금융사는 보험사로, 삼성생명은 2분기 기준 50조3338억 원을 쌓았다. 다만 2위인 신한은행(47조7267억 원)이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보험사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줄어드는 이유는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수요가 줄어든 탓으로 보인다. 보험사는 은행·증권사 대비 DB형을 중심으로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왔는데, 안정적인 대신 수익률이 비교적 낮은 DB형 퇴직연금 특성에 따라 자금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6월 말 기준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214조606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 줄었다. 전체 퇴직연금 중 DB형에 약 77%의 비중을 두는 보험사에 불리한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말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제도가 도입되면서 보험사 적립액 일부가 은행과 증권사로 이동한 영향을 받은 점도 있다. 실물이전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운용 중이던 상품을 별도의 매도 과정 없이 다른 사업자의 계좌로 자금을 갈아타는 것을 의미한다.
금감원과 고용노동부의 ‘퇴직연금 실물이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분기 기준 보험사는 DB형 퇴직연금에서 순유입을 기록했으나 DC형·IRP에서 순유출을 기록하면서 최종적으로 33억 원 손실을 기록했다.
보험사들은 퇴직연금 사업의 중요성을 꾸준히 인식하고 있으나 적극적인 영업 행보를 보이기엔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특히 자본비율이 적은 보험사의 경우 재무건전성 평가 지표인 킥스(K-CIS·지급여력) 비율을 충족하려면 퇴직연금 보유량을 줄여야 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퇴직연금 기금화를 추진하고, 국민연금이 운용에 참여하는 방안이 구체화되면서 퇴직연금 ‘파이’는 더욱 쪼개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금형 퇴직연금 탄생 시 기존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굴리던 자금 전체가 넘어가진 않겠으나 구도 개편이 이뤄질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