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험자=기업' 배상책임보험, 소비자는 보장 대상 아냐
개인이 가입하는 '사이버보험' 주목받지만
보이스피싱·인터넷거래 사고 보장만…다양성 부족해
개인이 가입하는 '사이버보험' 주목받지만
보이스피싱·인터넷거래 사고 보장만…다양성 부족해

현재 민간 보험사들이 판매 중인 사이버보험은 보이스 피싱 피해와 중고 거래 사기에 집중돼 시장 확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타인의 재산에 손해를 입히는 경우를 대비해 회사가 가입하는 상품이어서 소비자는 보장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SK텔레콤·예스24·KT 등 대기업뿐 아니라 SGI서울보증, 웰컴금융그룹 계열사인 웰릭스에프아이대부, 롯데카드 등 금융사는 올해 사이버 사고를 겪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48조에 따르면 매출액 10억 원 이상, 정보 주체 1만 명 이상인 기업은 ‘개인정보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 발생 시 기업이 소비자에게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기업들은 대체로 이 같은 의무보험에 가입해둔 상태다. 일례로 296만9000명의 회원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롯데카드는 롯데손해보험의 의무보험에 가입한 바 있다. 보험가입액은 100억 원이다.
다만 배상책임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타인의 재산에 손해를 입히는 경우를 대비해 회사가 가입하는 상품이므로 소비자는 보장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롯데카드 사례에서도 296만 명 중 대부분 소비자는 배상책임보험과 관련이 없게 될 전망이다. 소비자의 실제 금전적 피해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에만 배상책임보험 보장이 가능한데, 이런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 롯데카드 측 입장이기 때문이다.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8일 대국민 사과 언론 브리핑에서 “현재(18일)까지 고객 정보가 악용된 피해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기업이 가입한 배상책임보험으로는 소비자 보장이 불가능하므로 개인이 직접 나서 사이버 피해와 관련한 보험상품에 가입하거나 관련 특약을 추가하는 방안이 눈길을 끌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이 판매 중인 사이버보험은 보이스 피싱이나 인터넷 거래 피해 사고를 주로 담보로 한다. 일례로 카카오페이손보의 ‘금융안심보험’, 롯데손보의 ‘마이팸(MY FAM) 불효자보험’ 등은 보이스 피싱 등 금융사기를 보장하며, 현대해상의 ‘하이사이버안심보험’ 등은 인터넷 직거래 사기 피해 등 사기를 보장한다. 악사손해보험의 ‘AXA나를지켜주는건강보험Ⅱ’는 보이스 피싱 손해 특약을 붙일 수 있게 한다.
다만 민간 보험사들이 보유한 사이버보험 상품 종류는 한정적이라 개인정보 피해 발생을 담보로 한 사이버보험 가입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사이버보험 활성화를 위해 보험산업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영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보고서에서 “기업의 규모·업종별 리스크 요인을 분석해 다양한 리스크를 보장범위에 포함함으로써 보험가입의 실질적 효용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권순일 보험연구위원도 “다양한 사이버 리스크를 보장범위에 포함시켜 보험가입의 실질적인 효용을 체감할 수 있도록 상품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