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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 속 '품질주'서 밀려난 엔비디아…ETF서 잇따라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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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 속 '품질주'서 밀려난 엔비디아…ETF서 잇따라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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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빅테크들의 로고.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열풍의 중심에 있는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업계에서 ‘품질주’로 간주되지 않으면서 주요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 위주의 보수적 투자 기준에 따라 이들 기업의 미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엔비디아·메타·넷플릭스, ‘품질’ 기준서 탈락


WSJ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아이셰어즈 퀄리티 ETF’(QUAL·480억 달러·약 70조8000억 원)와 인베스코의 ‘인베스코 퀄리티 ETF’(SPHQ·150억 달러·약 22조1300억 원)는 각각 ‘품질’ 지표를 기준으로 한 주식에 투자하지만 기준이 다르다.
QUAL은 높은 수익성과 낮은 부채비율 등 계량지표에 따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주요 빅테크 종목들을 여전히 포함하고 있는 반면, SPHQ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메타·넷플릭스를 잇따라 제외했다.

SPHQ의 기준에는 ‘발생주의’가 포함돼 있는데 이는 수익 중 실제 현금화된 부분의 비중을 따지는 회계 지표다. 고객이 후불로 결제하는 매출이 늘어날 경우 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품질주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 “AI 투자, 수익보단 선투자 중심…현금흐름 약화”


엔비디아의 경우 매출은 급격히 증가했지만 고객으로부터의 입금은 지연되면서 운전자본(운영자금) 부담이 커졌다고 WSJ는 지적했다. 최신 분기 기준으로 엔비디아의 매출채권은 1년 전보다 160억 달러(약 23조6000억 원) 증가해 총 330억 달러(약 48조7000억 원)에 달한 반면, 외상매입금은 30억 달러(약 4조4300억 원) 늘어난 80억 달러(약 11조8000억 원)에 그쳤다.

이 차액만큼을 엔비디아가 자체 조달해야 하며 그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차입이 확대되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 “강한 수익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QUAL의 지표를 설계한 MSCI는 과거 발생주의 도입 여부를 검토했지만 잦은 종목 교체가 오히려 투자 안정성을 해친다는 고객 반응에 따라 제외를 결정했다. 반면 SPHQ는 보수적 접근을 통해 안정적 현금흐름 중심 종목을 선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블랙록의 헬렌 주얼 펀더멘털 주식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금흐름이 튼튼한 기업은 지속적으로 재투자할 수 있고 이 선순환 구조가 진정한 품질주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 “AI 투자, 품질주 기준에 맞지 않아”


WSJ는 “AI는 유행이지만 품질주 기준은 유행을 좇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AI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는 반영됐지만 아직 수익으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본지출만 과도하게 늘어나는 현상이 품질주에서 이들을 탈락시킨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ETF 전략가 맘두 메드하트는 “현금화가 어려운 매출은 언제든 위험 요소가 된다”며 “고평가된 빅테크 종목을 제외하고 실질 이익 기반 기업에 집중하는 것이 품질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