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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실손보험금 8조5000억…도수치료·비급여 물리치료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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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실손보험금 8조5000억…도수치료·비급여 물리치료 '남발'

정형외과 1조9000억·비급여 비율 70% 넘어
당국, 5세대 실손 도입·관리급여 통해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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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연합뉴스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1∼9월 동안 지급한 실손의료보험금이 8조5천억 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진료과목별로는 정형외과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으며, 도수치료 등 비급여 물리치료 항목이 급증세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대 대형 손보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총 8조4천84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7%대의 증가세를 이어온 가운데 올해는 상승폭이 한층 커졌다.

진료과별로는 정형외과가 1조8천906억 원으로 전체의 22% 이상을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이 중 비급여 비율이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치료 등 비급여 물리치료가 집중된 영향이다. 내과·외과·산부인과 등 주요 진료과 외에도 비급여 진료가 많은 가정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가정의학과의 비급여 비율은 71%로 가장 높았다.

이비인후과(2천508억 원)는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감기·독감 치료에 사용되는 비급여 주사제 청구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비뇨의학과(2천89억 원) 역시 고가의 신의료기술 이용 증가로 보험금 지급액이 1년 새 37% 급증했다.
비급여 진료의 과잉 이용은 실손보험 누수의 핵심 원인으로 지적된다. 보험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손보사 실손보험금 12조9천억 원 중 물리치료(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관련 지급액이 2조2천900억 원, 비급여 주사제가 6천500억 원으로 전체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한방병원 실손보험금도 3천58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9% 늘었다. 한방첩약 급여화와 협진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금 지급 증가로 손해율 악화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손보사 실손보험의 평균 손해율은 120.7%로, 지난해 말보다 3.7%포인트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손해율 100%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구조적 적자를 완화하기 위해 ‘5세대 실손보험’ 도입을 추진 중이다. 새 제도는 비급여 항목을 중증과 비중증으로 구분해 보장 수준을 달리하고, 비중증 비급여의 자기부담률을 최대 50%까지 높이는 방안을 담고 있다.

또 도수치료 등 3개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지정해 건강보험 내 예비급여 형태로 관리하기로 했다. 관리급여는 의료 남용을 방지하고 사회적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로, 향후 건보 급여화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단계다.
보험업계는 여기에 더해 비급여 진료비의 표준명칭·코드 사용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가격 관리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편입되면 재정 누수 방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미 손해율이 120%를 넘어선 만큼 보험료 정상화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